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 요시키 형사 시리즈 1
시마다 소지 지음, 이연승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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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지즈코라는 여인이 얼굴 피부가 벗겨진 채 핏물로 가득한 욕조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피살 추정 시간에 침대특급 하야부사 열차에서 그녀를 목격한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요시키는 지즈코가 일하던 술집을 시작으로 집요한 탐문을 통해 나름 추리의 방향을 세우지만, 두 번째 희생자가 나타나자 망연자실해 합니다. 지즈코의 과거에 주목한 요시키는 오지나 다름없는 그녀의 고향을 찾았다가 불행하고 비극적인 가족사를 알게 됩니다. 이후 요시키는 선배 나카무라의 조언으로 침대특급 하야부사를 직접 타보게 되고, 그 여정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됩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이후 별 재미(?)를 못 봤던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오랜만에 집어 들었습니다. 최근작이자 화제작인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아직 못 읽은 상태에서 이 작품을 먼저 택한 것은 요시키 시리즈를 첫 편부터 읽고 싶은 생각에서였습니다.

 

시마다 소지의 팬이라면 그가 창조한 두 주인공 미타라이와 요시키를 비교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외모나 사건을 추적하는 방식 모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인물들이라 저절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천재과에 속하는 미타라이에 비하면 요시키는 묵직하고 집요한 돌직구 스타일입니다. 미타라이의 수사과정을 지켜보면 기상천외한 추리에 감탄하다가도 기어이 잘난 체 하는 마지막 한마디 때문에 얄미워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요시키의 탐문과 추리는 답답함을 불러일으키거나 심지어 한 대 걷어차 주고 싶을 만큼 미련스러울 뿐입니다. 그만큼 꼼꼼하고 세밀한 캐릭터라는 뜻인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면 지름길을 곁에 두고도 기어이 먼 길을 돌아갈 것을 택하는 것이 요시키의 수사법입니다.

 

요시키의 캐릭터와 함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열차 여행에 관한 내용입니다. 침대특급 하야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지즈코의 고향을 찾는 요시키의 오지 열차 여행 역시 영상이 저절로 그려질 정도로 매력적인 장면들입니다. 일본의 철도 시스템이 거미줄처럼 복잡하면서도 오지 곳곳까지 뻗어있고, 도시락이나 온천, 유적지 등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요시키의 여행 장면은 마치 일본 철도여행 홍보글로 착각될 만큼 맛있게쓰여 있어서 언제고 한번은 침대특급 하야부사나 오지를 달리는 작은 열차를 타보고 싶게 만듭니다.

 

하지만 미스터리에 관한 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죽은 여인이 열차에서 목격된 미스터리의 해법은 다소 억지 같았고, 범행 과정은 저게 가능해?”라는 의문을 자아낼 정도로 작위적입니다. 적잖은 발품과 탐문에도 불구하고 결국 요시키의 비약적인 추리로 마무리된 점 역시 대단원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던 독자들에겐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트릭은 비현실적, 사건해결은 지나치게 초인적이라고 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미타라이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이런 아쉬움을 자주 느끼곤 했는데, 캐릭터는 정반대지만 요시키 역시 비슷한 스타일로 전개될 것만 같아 심히 걱정이 됩니다.)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미덕들이 골고루 잘 배분되어 한 번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본능이 빚어낸 범행 동기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캐릭터들 덕분에 읽는 내내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인 작품임엔 틀림없다는 생각입니다. 미스터리 자체만 현실감을 지녔더라면 충분히 별 5개를 받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사실, 이 서평을 쓰기 전에 요시키 시리즈세 번째 작품인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을 읽었습니다. 별도로 서평을 쓰긴 하겠지만, 이 작품에서 느낀 아쉬움이 조금은 더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많은 독자가 호평한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요시키 시리즈’ 10)를 읽고 나면 또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계속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시마다 소지에 대한 매력이 점성술 살인사건만큼 회복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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