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응원해주고 싶은 팜므 파탈이 떴다

 

책의 띠지에 적힌 카피입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광팬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후 뭔가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뒤늦게 띠지의 카피를 보고 나서야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리 카피를 봤더라면 좀더 흥미진진하게 읽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만큼 소문의 여자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잘 만들어진 카피입니다.

 

10장의 챕터로 구성된 소문의 여자는 주인공 이토이 미유키의 기이한 삶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고 있습니다. 모든 챕터에서 미유키는 말 그대로 소문의 여자로만 등장할 뿐 스스로 주체가 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8장까지만 보면 매 챕터마다 4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그들만의 화제를 늘어놓는데 항상 그 중심에는 미유키가 있습니다.

중고차 판매점, 마작장, 요리교실, 파친코 가게, 건설업자들의 모임 등 챕터마다 제각각의 무대가 펼쳐지는데, 그때마다 미유키는 달라지거나 진화된 모습으로 무대 위에 등장합니다. 중고차 판매점의 초라한 사무원이었다가, 마작장에서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분위기의 여인으로 변신하고, 요리교실에서는 예비 신부로서 부조리에 항거하는 리더가 됐다가, 어느 순간 유흥가 최고의 클럽의 마담으로 급성장하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미유키에 관한 소문을 통해 독자들은 그녀가 어떻게 팜므 파탈로 성장해 가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미유키의 성장은 마지막 두 챕터에서 경찰이 개입하면서부터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보통의 미스터리와는 전혀 다른 조금은 황당하기까지 한 엔딩으로 달려갑니다. 결국 마지막 한 장밖에 남지 않았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끝내려고 이러는 걸까?”라는 혼잣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책을 덮은 후 뒤늦게 띠지의 홍보문구를 보곤 그제야 오쿠다 히데오의 의도를 깨닫게 됐습니다.

 

저의 경우엔 비교적 관대한(?) 평가 쪽으로 기울었지만, 독자에 따라서는 뭐야 이게?” 소리가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띠지의 홍보문구대로 응원해주고 싶게 할 거면 제대로 된 미유키의 엔딩을 보여주든가 아니면 보통의 미스터리처럼 미유키의 행적들에 대해 정당한 판결을 내리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뒤통수를 칠 만한 반전이라도 내놓든가!!! 이런 불만들이 쏟아져 나올 여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오쿠다 히데오만의 무겁지 않은 문체와 사실감 있는 캐릭터들이 함께 잘 버무려져서 소소한 명품을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어딘가 허전함과 아쉬움이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해학성의 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더 역설적인 웃음을 곳곳에 포진시켰더라면, 또 미유키의 행위들 하나하나에 그녀만의 유쾌한 동기라도 설정되어 있었더라면, 그래서 그것이 불법이나 범법이라기보다는 풍자로 느낄 수 있었더라면 좀더 재미있는 책읽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엔딩에서 느끼게 되는 당혹스러움도 조금은 줄어들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학, 풍자, 반전이야말로 오쿠다 히데오의 최고의 무기이기에 허전함과 아쉬움이 조금은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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