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아들 1 - 마녀의 복수 일곱 번째 아들 1
조셉 딜레이니 지음, 김옥수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판타지물은 책이든 영화든 그리 즐겨 찾아보는 편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선과 악이 처음부터 선명하게 설정되어 있고, ‘누가 이기냐?’보다 어떻게 이기냐?’가 주안점이다 보니 스펙터클한 비주얼이나 화려한 문장들 외에는 딱히 눈길 끌릴만한 지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간혹 인연이 닿아 읽거나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곱 번째 아들역시 그런 경우입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별난 간식처럼 읽게 된 작품에서 낯설고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것도 유쾌한 경험이긴 합니다.

 

일곱 번째 아들이 낳은 일곱 번째 아들만이 유령사냥꾼이 될 자격이 있는데, 토머스 J 워드는 13살이 되던 해, 유령사냥꾼의 도제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납니다. 그 후로 한 달 동안의 테스트를 거쳐 유령사냥꾼 그레고리의 정식 제자가 됩니다. 그러던 중, 묘령의 또래 여자아이 앨리스를 알게 되면서 톰은 마녀 멀킨과 악연을 맺습니다. 그녀는 스승인 유령사냥꾼 그레고리가 13년 전 생매장했던 마녀입니다. 중반부까지가 톰이 도제로 성장하는 과정의 이야기라면, 나머지는 마녀의 복수라는 부제처럼 톰과 멀킨의 두 번에 걸친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유령, 혼령, 마녀, 그리고 보가트라는 특이한 존재가 등장합니다. 유령사냥꾼은 여러 곳을 떠돌며 이 귀신들을 상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특이한 것은 그의 보호를 받는 일반 시민들로부터도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마 유령사냥꾼의 카리스마나 고독함을 표현하기 위한 설정 같은데, 그 나름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서 시리즈물로서는 좋은 장치라는 생각입니다.

 

영국에서 이런 스타일의 판타지물이 자주 출간 혹은 제작되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음산하고 우울한 날씨, 곳곳에 산재한 척박한 황무지, 섬이라는 지리적 특징들이 문학이나 음악, 미술 등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짐작됩니다. 독특한 정서이긴 한데, 아무래도 서양의 귀신 이야기이다 보니 흡인력이나 공감도는 크게 높진 않았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미야베 월드 2은 에도 시대의 괴담을 그리는데, 같은 문화권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더 재미있고 긴장감 있게 이입해서 읽었던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귀신 이야기는 같은 문화권에서 더 환영받고 공감될 수 있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 톰의 성장기나 여주인공 앨리스의 이야기는 당연히 기대되는 대목이지만, 애초에 톰을 유령사냥꾼으로 보낸 어머니 역시 이후에 이어질 시리즈에서 여러 번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캐릭터로 보입니다. 분명 뭔가가 있는 역할인데, ‘일곱 번째 아들에서는 살짝 일부만 노출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하는 유령사냥꾼 톰, 그의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오리무중인 앨리스, 그리고 톰의 가장 큰 조력자인 그레고리와 톰의 어머니 등 이들이 2권 이후부터 끌고 갈 이야기는 사이즈도 좀더 커지고, 우여곡절도 더 심하게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성공한 다른 판타지물들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