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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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이벤트를 통해 가제본 상태로 먼저 읽은 ‘64’입니다. 693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작심하고 하루 만에 마지막 장까지 달렸습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읽는 내내 서사의 두께에 눌려 온몸이 긴장 상태를 풀지 못한 덕에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전신에서 삐걱거리는 비명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전력을 다한 폭주 수준으로 읽은 셈입니다.

이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어떻게 요약해야 하나, 무척 고민이 됩니다. 몇 가지의 굵직한 서사가 여러 겹으로 중첩된 채 진행되는데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방에 스포일러가 될 이야기로 가득 차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전에는 D현경 형사부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경무부 홍보담당관인 미카미는 벌떼처럼 달려드는 언론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앙숙지간인 형사부와 경무부의 총성 없는 전쟁에서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애매한 처지 탓에 양쪽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그러던 중 14년 전인 1989(쇼와 64)에 발생한 여아 유괴살해사건, 일명 ‘64’ 사건의 해결을 독려하기 위해 경찰청장의 D현경 시찰이 결정되자 미카미는 홍보담당관으로서 그 준비를 맡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카미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힐 뿐 아니라 당시 수사와 관련된 비밀까지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습니다. 14년 전 ‘64’ 사건의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진정한 경찰로 거듭나는 미카미의 활약 속에 이야기는 마지막 장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핵심적인 내용만 골랐는데도 여러 줄의 줄거리가 나올 정도로 ‘64’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4년 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여아 유괴살해사건 수사 외에도, 결코 동료가 될 수 없는 경찰과 언론의 꼬일대로 꼬인 관계, (출신 성분에 따른) 경찰 내부의 심각한 갈등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무엇보다 형사부 대 경무부의 격한 갈등을 ‘64’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됐는데, 덕분에 진정한 경찰미카미의 진짜 적은 어쩌면 내부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스터리 소재로는 비교적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여아 유괴살해사건을 축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서사를 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속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녹여 넣은 작가의 필력에 여러 번 놀라게 됩니다. 특히 사건 자체는 물론 거기에 연루된 다양한 개인의 감정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따라간 점도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물론 가끔 동어반복적인 챕터들도 있고 과하다 싶을 만큼 감정을 깊게 묘사한 부분도 있어서 지루해지거나, 느슨해지거나, 맥이 빠질 때도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읽는 내내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는 건 ‘64’의 가장 큰 매력이자 미덕이라는 생각입니다. 2013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 ‘일본 서점대상’ 2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작품으로 아마 올해 연말 각종 일본 미스터리 베스트 5안에 꼽힐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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