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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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주로 책을 읽는 편인데,

700페이지를 살짝 넘긴 브림스톤(더글러스 프레스턴 & 링컨 차일드)에 이어

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레오파드를 읽고 나니 두 눈이 비명을 지르네요..

 

작년 이맘때쯤 스노우맨을 통해 요 네스뵈의 팬이 됐지만,

이제야 레오파드를 읽게 됐습니다. 헤드헌터는 사놓고 아직 펴보지도 못했습니다.

 

방대한 양만큼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고, 이야기의 사이즈도 큽니다.

범인이 죽인 인물과 우리의 주인공 해리 홀레가 처단(?)한 인물까지 포함하면

소설 속에서 죽는 인물이 10명이 훌쩍 넘어갑니다.

살해 방법도 다양하고, 때론 제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좀 잔인한 묘사도 있습니다.

해리 홀레의 동선은 노르웨이 뿐 아니라 홍콩과 아프리카 콩고까지 넓게 펼쳐져 있고,

음모와 배신, 수사 과정의 반전 등 긴장감을 위한 장치도 곳곳에 설정되어 있습니다.

 

스노우맨 이후 경찰을 떠나있던 해리는 군나르 하겐 경정의 읍소(?)로 오슬로로 돌아오고,

연쇄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해리를 비롯 강력반 자체를 통째로 말아먹으려는

크리스포(FBI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의 음모로

정작 수사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던 살해 동기를 해리가 파악해내고 용의자를 지목하게 되지만,

수사는 쉽게 끝나지 않고,

크리스포의 만행은 점점 도를 더해 해리의 모든 공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물론 우리의 해리는 그 모든 과정을 딛고 승리하지만...

 

스노우맨을 읽은 지 1년 가까이 되다 보니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해리의 승리를 그저 통쾌하다’, ‘재미있다라고만 할 수는 없었던 것 같고,

레오파드에서도 그 느낌은 여전합니다. (어쩌면 훨씬 더 한 것 같기도 하구요..)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해야 할까..?

너덜너덜해진 해리를 보며 화도 나고, 안쓰럽기도 하고..

아무튼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속의 무거운 돌이 치워지지 않았습니다.

 

해리의 수사과정이 보여준 스케일에 비해

정작 연쇄살인의 동기는 좀 하찮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동기 자체가 그렇다는 얘기고,

조금 더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그 배후에는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행한 가족사가 여지없이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역시 스노우맨과 유사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800여 페이지에 육박하는 내용 중 적잖은 부분을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는 해리의 아버지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리가 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과 맞물려 중요한 시퀀스를 이루고 있는 건 맞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과다하게 설정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더불어, 이건 번역보다는 요 네스뵈의 원작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가끔 두세 번씩 되읽어도 그 의미가 잘 이해 안 되는 문장들이 나타납니다.

주변 정경을 묘사할 때나 심리적인 상황을 설명할 때도

현학적이거나 문학적인 향기를 내기 위해 인위적인 표현들을 쓴 흔적들이 보입니다.

아마 해리의 아버지 이야기나 이런 과하거나 인위적인 문장들을 정리하면

조금은 읽기 수월한 분량으로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작과 비교한다는 것이 좋은 서평은 아니지만,

집중도나 밀도, 전체적인 완성감에서 스노우맨에는 조금은 못 미친다는 의견입니다.

페이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빠른 속도로 넘어가지만,

다음엔 좀더 쫀쫀한요 네스뵈의 작품을 기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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