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조심해’, ‘목격자는 피곤해’ - 샬레인 해리스 (고정아 옮김, 바다출판사)

시체를 조심해 ㅣ 하퍼 코넬리 시리즈
샬레인 해리스 지음, 고정아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6월

('목격자는 피곤해'의 서평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어린 시절 번개를 맞은 후 ‘시신의 기운을 느끼는 능력’을 갖게 된 하퍼 코널리는 시신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까지 볼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여자입니다. 이복 오빠 톨리버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돈을 받고 시신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데, 한 마을에서 발견한 두 남녀의 사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목격자는 피곤해’이고, 의뢰받은 뒤 찾지 못했던 사체를 다른 지역에서 발견하게 된 이야기가 ‘시체를 조심해’입니다.

‘초능력’이란 소재가 취향이 아닌 탓에 특별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우연히 두 권을 연이어 읽게 됐고,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시신을 찾아내는 ‘초능력’이 발휘되는 장면에선 “어?” 소리가 저절로 나오기도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워낙 촘촘하게 잘 짜여있어서 크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형사나 탐정이 아닌데다 ‘초능력’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다 보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방해꾼이 수두룩하게 나타납니다. 믿지 않는 자들에겐 ‘초능력’을 입증해 보여야만 하고 불신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의 실체에 더욱 치열하고 확실하게 다가가야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리얼리티가 더 배가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초능력’이란 소재 때문에 선입견을 가졌던 작품들이라 아이러니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작품 모두 연쇄살인이나 참혹한 살해수법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지만 살인의 동기가 ‘비극적인 가족사’에서 출발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작고 폐쇄적인 마을, 복잡한 가족사, 집안을 휘감는 불온한 공기 때문에 밀실은 아니지만 밀실트릭에 버금가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고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평범한 단어들이 발산하는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건을 둘러싼 주요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설정되어 두 남매의 ‘수사’를 진척시키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맛깔나게 해내고 있습니다. 또, 그 인물들이 대부분 피살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이다 보니 남매를 향한, 또는 그들 사이의 애증이 훨씬 더 파괴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야기의 규모가 크지도 않고 수사 과정이 스펙터클한 것도 아니지만 괜히 폼만 재면서 개연성 따윈 무시해버리는 ‘껍데기만 블록버스터 급’ 작품보다는 100배쯤 읽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