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국적인 분위기의 화려한 저택에서 기괴한 밀실 살인이 발생한다. 사건 현장에는 유황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에는 발굽이 찍혀 있다. 화재 현장이 분명하지만 타버린 건 사람의 시체뿐, 방 안의 다른 소품에는 그을음조차 없다. 너무도 기이한 방식의 살인에 사람들은 동요하고, 유명한 미술 비평가였던 피해자가 악마와 거래했다는 소문까지 떠돈다. FBI 특별 수사관 펜더개스트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사건 수사에 착수하고, 지금부터 30년 전, 실제로 네 명의 청년이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펜더개스트 시리즈를 3편인 브림스톤을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먼저 출간된 1살인자의 진열장이나 2악마의 놀이를 건너뛰고 신간부터 읽게 돼서 혹시나 시리즈의 맥락이나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이해 못할 수도 있겠다고 걱정했는데, 특별히 브림스톤을 먼저 읽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안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대 이하의 실망감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에필로그 포함 723페이지에 달하는,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꺼운 분량이지만 그 안의 내용은 무척 단선적이거나 평범한 수준에 그쳤고, 용의 머리로 시작된 사건의 실체는 잘해봐야 뱀의 꼬리 수준으로 밝혀진데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여러 가지로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초반부터 기괴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대 포장을 합니다. 그 덕분에 대단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뭔가 대단한 목적을 갖고 앞으로 수없이 난해한 살인을 저지를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기도 전에 독자는 방대한 양의 르네상스 시대 음악과 미술에 대한 서술과 마주치게 됩니다. 펜더개스트가 원래 이토록 르네상스 시대의 문예 사조에 대해 해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음악과 미술을 아는 전문가처럼 묘사된 대목에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는 마치 예지력이라도 지닌 것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초능력을 발휘하는데,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사건의 이면을 천재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누굴 만나야 될지, 어디로 가야 할지 그냥 하면 알아내는 신기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당연히 죽음의 위기에서 손쉽게 벗어나는 희한한 상황도 연출되곤 합니다. 펜더개스트가 뱀파이어 혹은 그와 비슷한 신적 존재라면 이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펜더개스트의 팬들에게는 거북한 이야기겠지만, 전지전능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능력 외에는 거의 무색무취한 주인공이었습니다. 함께 등장한 다고스타 형사가 차라리 인간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수사과장 헤이워드, 뉴욕포스트의 해리먼 기자, 벅 목사 등 꽤 많은 조연들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왜 등장했는지 잘 모를 정도로 미미한 역할들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해결 과정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받은 느낌은 앞서 표현한 것처럼 딱 용두사미였습니다. 이게 사건의 실체라고? 죽인 방법이 이런 거였다고? 이것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고?

만약 번역이라도 허술했다면 절반쯤 읽었을 때 미련 없이 포기했을 텐데, 솔직히 오기로 끝까지 버텼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진을 빼놓고 결국 어떻게 마무리를 할 건지 두고 보자는, 그런 유치한 오기로 버텼는데, 다 읽은 후의 느낌은 허망 그 자체였습니다. 아직 읽지 못한 악마의 놀이가 책장에 있는데, 그저 브림스톤보다는 덜 실망하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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