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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슈카와 미나토는 2010년 전후쯤 단편집 ‘꽃밥’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당시 ‘꽃밥’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에 대한 짧은 메모를 보면, “이야기 자체가 참 독특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간다.”, “죽음과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라는 짧은 평이 적혀있습니다.
‘오늘은 서비스데이’도 그 맥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의 1/3 정도를 차지하는 중편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나타나 “오늘 하루는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날”이라며, 주인공에게 소원을 빌어보라고 권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려나가자 잠시 기분이 좋았지만, 한순간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큰 재앙을 겪게 되면서 마냥 행복할 것 같던 그의 ‘서비스데이’는 엉망진창이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엔딩은 해피하게 마무리되지만, 재미있는 한 편의 ‘로망 소동극’을 본 느낌입니다.
그 외에 실제 사건 사고와 관련된 소품들을 자랑하는 모임에 우연히 참석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도쿄행복클럽’, 오래된 아파트에 손목의 형태만 남아있는 루리코라는 유령의 이야기를 다룬 ‘창공 괴담’, 사후 세계에 도착했다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직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푸르른 강가에서’ 등이 실려 있습니다.
슈카와 미나토의 장편이 어떤 느낌일지는 잘 감이 안 잡히지만, 적어도 단편에 관한 한 탁월한 재주를 지닌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깊이’라고 해야 될까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점에서는 좀 약한 듯 하고 (물론 그렇지 않은 단편도 있지만), 대체로 소동극의 색채가 강하다는 게 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