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인형 놀이
마이크 오머 지음, 공보경 옮김 / 북로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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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동안 실종됐던 소녀 캐시 스톤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자 인디애나주의 작은 마을 베설빌에는 환희와 불안감이 교차합니다. 기쁜 일이긴 하지만 캐시를 납치한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입니다. 아동 심리치료사 로빈 하트는 말문을 열지 않는 캐시에게 인형놀이를 통한 치료를 시도하다가 뜻밖의 공포에 사로잡히는데, 캐시는 갖가지 엽기적인 방법으로 인형들을 살해하는 놀이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인형놀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여자가 발견되자 로빈은 겁에 질려 경찰에 연락합니다. 담당형사 너새니얼 킹은 처음엔 로빈의 진술을 의심했지만 동일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섭니다.



‘따르는 사람들’ 이후 3년 만에 출간된 마이크 오머의 스릴러입니다. 한국에는 범죄심리학자 조이 벤틀리 시리즈인 ‘살인자의 사랑법’과 ‘살인자의 동영상’, 그리고 인질협상가 애비 멀린 시리즈인 ‘따르는 사람들’이 출간됐는데, 검색해보니 미국에서 두 시리즈 모두 3편에서 종결됐고, ‘침묵의 인형놀이’는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입니다. 앞선 두 시리즈의 후속작을 기다렸던 터라 마이크 오머의 신작 소식을 반겼는데, 의외로 스탠드얼론인 ‘침묵의 인형놀이’가 먼저 출간됐습니다.


앞선 작품들의 주인공은 각각 범죄심리학자와 인질협상가였는데, 이번에는 아동 심리치료사가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물론 FBI요원이나 강력계 형사 등 세컨드 주인공들이 수사 실무를 맡긴 하지만, 마이크 오머는 일부러 주인공들을 실제 수사에는 개입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만드는 취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납치 15개월 만에 살아 돌아왔지만 말문을 닫은 채 여전히 겁에 질려 있는 아홉 살 소녀 캐시, 그런 캐시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돌보며 치료에 전념하면서도 엽기적인 인형놀이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로빈, 그리고 아직 체포되지 않은 캐시 납치범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로빈을 도우며 진실 찾기에 나선 형사 너새니얼 등이 미스터리 스릴러를 이끄는 실질적인 주인공들이지만, ‘침묵의 인형놀이’는 그 외에도 서로에게 상처를 낼 뿐인 가족의 문제, 작은 마을의 폐쇄적이고 은밀한 분위기, 여러 인물의 일그러진 집착과 욕망 등 심리 스릴러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여 서사의 두께를 더욱 두툼하게 만듭니다.


다만 이 심리 스릴러 서사에 관해선 의견이 갈릴 수 있는데, 마이크 오머의 전작들이 적극적인 캐릭터의 주인공과 빠른 속도의 스릴러를 앞세운 반면, ‘침묵의 인형놀이’는 초중반 내내 집요할 정도로 세세하게 그려진 심리치료 과정 및 로빈과 캐시의 주변 인물들 간의 관계와 심리묘사 등 다소 지루한 전개가 펼쳐져서 수사를 담당하는 너새니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까지 꽤 느리고 느슨한 책읽기가 필요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 읽고 나면 초반의 지루한 기초공사가 꼭 필요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으로 마이크 오머를 처음 만난 독자라면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범죄피해자이자 심리치료가 필요한 환자지만 동시에 연쇄살인에 관한 결정적 정보를 쥐고 있는 듯한 소녀가 오로지 인형놀이만을 통해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심리치료사에게 전달한다는 설정, 또 그 목격 사실이 현실 속 연쇄살인의 유일하고 유력한 단서가 된다는 설정은 기발하면서도 여느 미스터리 스릴러와는 차별화된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미치광이 사이코패스나 다름없지만 살해동기와 수법이 독특한 연쇄살인범의 정체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매력을 맛보기 위해선 초반부의 지루함을 잘 견뎌내야 하는데, 1/3쯤 되는 지점부터는 마이크 오머 특유의 스피디한 스릴러가 전개되면서 그때까지의 인내심을 충분히 보상해줄 테니 너무 빠른 예단으로 이 작품의 미덕을 놓치지 않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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