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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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전3권)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건 2011~2013년입니다. 개정판(2016년)이 나올 정도로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하고 환영받은 작품이었지만 그동안 늘 관심만 가졌을 뿐 실제로 읽지 않은 이유는 ‘유머 미스터리 수사물’이 제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살인사건이라는 잔혹한 소재를 다루는 미스터리라면 당연히 무겁고 묵직하고 어두운 톤이어야 한다는 취향 탓에 유머 혹은 코지로 분류되는 미스터리를 멀리 한 게 사실인데, 물론 그런 작품들을 아주 안 읽은 건 아니지만 왠지 제목에서부터 유머와 코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좀처럼 가까이 할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다가 꽤 오랜 공백을 깨고 두 권으로 구성된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SNS에 공개된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작품 개요를 읽어보곤 그동안 제가 이 시리즈에 대해 심하게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유머 미스터리 수사물’이 맞긴 하지만 그건 단지 주인공들의 코믹한 캐릭터 덕분에 붙은 타이틀일 뿐 사건과 미스터리 해법만큼은 제가 좋아하는 무겁고 묵직하고 어두운 톤을 품고 있었고, 주조연들의 면면과 관계를 살펴보니 역시 제가 좋아하는 일본 특유의 B급 정서가 진하게 녹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재벌가의 외동딸이지만 그 신분을 숨긴 채 구니타치 경찰서의 형사로 활약 중인 호쇼 레이코와, 호쇼 집안의 집사지만 형사를 능가하는 탁월한 추리력을 지닌 가게야마가 미스터리 해결사 역할을 맡습니다. 레이코가 툭하면 버럭질을 남발하는 다혈질에다 때론 대책 없는 ‘공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건을 대할 때만큼은 진심을 다하는 캐릭터라면, 가게야마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집사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도 사건에 대한 추리를 벌일 때만큼은 자신이 모시는 레이코에게 독설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캐릭터라서 이 둘만의 조합으로도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여기에 가세한 두 조연의 캐릭터도 만만치 않은데, 한 명은 중견재벌가의 아들이자 자뻑의 대가이며 무례한 말투와 성희롱을 일삼는 것은 물론 형사로서 부실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레이코로부터 전해들은 가게야마의 추리’ 덕분에 경시청 수사1과로 영전됐다가 결국 민낯이 드러나 다시 구니타치 경찰서로 좌천된 가자마쓰리 경부이고, 또 한 명은 레이코의 첫 후배이자 신참으로, 눈치라곤 전혀 없는 엉뚱함에 빵점짜리 박력과 평균치 이하의 어휘력을 지닌 와카미야 아이리입니다.


1~2권을 합쳐 모두 10편의 단편이 수록돼있는데, 기괴하고 잔혹한 사건들과 함께 밀실트릭, 알리바이 트릭, 다잉메시지 등 본격 미스터리의 다양한 장치들이 동원돼서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내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특히 작위적인 설정이나 억지에 가까운 전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추리를 통해 진상에 도달하는 방식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네 명의 주조연들은 거의 만담에 가까운 대화와 어이없는 티키타카를 주고받지만, 이 코믹한 코드들은 깔끔하고 명료한 미스터리 서사와 잘 어우러지면서 전혀 이질감 없이 흥미를 돋웁니다. 출판사 소개글대로 “지적 쾌감과 웃음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독자”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텍스트가 돼줄 거란 생각인데, 저처럼 ‘유머 미스터리 수사물’에 거부감을 가진 독자라도 한번쯤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드라마와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앞서 출간된 세 권의 전작들은 물론 한국에 출간된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도 찬찬히 살펴보겠지만, 우선 ‘재벌가 영애 형사’ 레이코와 ‘독설+폭언 집사’ 가게야마의 활약상을 영상으로 만나보려고 합니다. 이 독특한 캐릭터들의 케미가 어떻게 실물로 그려졌을지 너무 보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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