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살인, 본격 미스터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가타오카 쇼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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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고교 졸업 후 탐정이 되려던 오토후케 부우는 전설적인 추리소설가 오토리 아가사 집안의 메이드 구인 공고를 보곤 기꺼이 명탐정 꿈을 보류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밀실살인사건에 휘말린 것은 물론 오토리 가문의 장남 하루마가 미스터리 게임 플래너 야마이누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장면을 엿본 탓에 본의 아니게 탐정 노릇을 떠맡게 됩니다. 살인을 막기 위해 야마이누를 찾아간 부우는 읍소와 압박을 통해 ‘아무도 죽지 않는 위장살인’으로 꾸미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지만, 오토리 가문의 네 남매와 그 가족들이 모인 무인도 저택에서 실제 살인이 벌어지고 그 직후 현장이 완벽한 밀실로 돌변하자 야마이누와 함께 진범 찾기에 나섭니다.



“이건 코미디인가? 패러디인가? 아무튼 꽤나 신나게 즐기고 있구나... 그 천진난만함을 조금 부러워하고, 동시에 약간 어이없어하며 당황한 채 읽어 내려갔다.” (아야츠지 유키토)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두 글자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코믹하고 유쾌해 보이는 제목이 단번에 눈길을 끕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추천글’은 이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텐데, 이 묘한 분위기의 일등공신은 단연 명탐정 지망생 오토후케 부우와 어딘가 수상쩍은 미스터리 게임 플래너 야마이누 콤비입니다.


양돈업자였던 부우의 부모는 돼지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딸에게 ‘꿀꿀’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준 것은 물론 지독한 근시까지 물려주며 어려서부터 예민한 후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부우는 자신의 이름을 자랑스레 여겼고, 이후 “호기심이 왕성하고 멧돼지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성격에 천진난만하기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19세로 성장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마니아로 명탐정을 꿈꾸다가 메이드가 되고 말았지만, 운명인 듯 명탐정 역할을 맡아 밀실 연쇄살인사건을 멋지게 해결합니다.

부우와 함께 만담 커플처럼 티키타카를 이어가며 폭소 추리를 펼치는 건 미스터리 게임 플래너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 야마이누입니다. 머더 미스터리, 즉 본격 미스터리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하는 게 그의 본업이지만, 오토리 가문의 장남으로부터 실제 살인을 청부받고도 태연히 수락할 정도로 기이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럭비공 같은 부우와 한 팀이 된 것 자체가 코미디인데, 이들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연쇄살인 현장에서마저 모두를 썰렁하게 만드는 만담을 주고받곤 합니다.


제목에서 대놓고 밝혔듯 이 작품은 장르와 형식 모두 본격 미스터리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이야기의 핵심 소재와 등장인물 상당수의 ‘행동 원칙’ 자체도 본격 미스터리의 규칙을 준수한다는 점입니다. 범인은 손쉬운 방법이 널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본격 미스터리에 걸맞은 방식으로만 살인을 저지르고, 명탐정 역시 동일한 규칙을 전제 삼아 진범 찾기에 나섭니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반칙 하나 없이 본격 미스터리의 규칙대로 사건들이 벌어지고, 인물들이 움직이다가 ‘본격다운 마무리’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발상도 기발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얼마나 본격 미스터리에 진심인지를 여러 번 실감하게 됩니다.


애초 의뢰받은 청부살인을 위장살인으로 조작한 뒤 ‘아무도 죽지 않는, 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엔딩’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첫 살인사건에 이어 여러 사람이 끔찍한 방식으로 살해당하자 부우와 야마이누는 진범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합니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만담 추리 속에서도 조금씩 진상에 다가가던 두 사람은 뜻밖의 결말에 도달하면서 오토리 가문 후예들의 탐욕과 추악함은 물론 그들이 오랫동안 감춰온 잔혹한 비밀의 민낯까지 발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반전이 독자 앞에 펼쳐집니다.


내용보다는 주인공 캐릭터와 이야기의 큰 틀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말았는데, 인물과 공간과 사건 모두 복잡하게 설정돼있어서 일일이 소개하는 것도 어렵고, 자칫 스포일러가 될 여지도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본격 미스터리의 기초부터 진수까지 골고루 맛보고 싶은 독자라면, 또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추리의 무게감을 견고하게 담아낸 작품을 찾는 독자라면 ‘그 살인, 본격 미스터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할 최적의 미스터리가 돼줄 거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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