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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 - 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 소설상 수상작
탐낌 지음, 우디 옮김 / 엘릭시르 / 2025년 8월
평점 :
“쓰우(司武) 씨는 다 죽어야 한다, 이게 고객의 요구 사항입니다.” 의뢰인과 청부업자 사이에 한 가문의 몰살이 거래되고 채 한 달도 안 돼 홍콩 란터우 섬의 외진 마을 사이위에서 무려 5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식중독 살인이 벌어집니다. 희귀 성씨인 쓰우 가문 가운데 이 참사에서 살아남은 건 겨우 여섯 명. 그 중 진작부터 가문과 연을 끊고 살아온 기자 출신 사설탐정 쓰우즈신은 ‘애꾸눈 명수사관’ 치서우런과 함께 베일에 싸인 살인자를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쓰우 가문의 뿌리 깊은 치부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것은 물론 어쩌면 살아남은 가문 사람 중 한 명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위험천만한 의심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독특한 제목에다 오랜만에 홍콩 작가의 장르물이란 점 때문에 눈길이 끌렸습니다. 설마 했지만 첫 장부터 믿기지 않는 의뢰가 오가고, 100페이지도 되기 전에 실제로 56명이 몰살당하는 참극이 벌어진 덕분에 어쩌면 살짝 지루한 책읽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근거 없던 선입견은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관할 경찰서가 수사에 나서지만,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명탐정 역할은 ‘가문의 문제아’ 쓰우즈신과 과거 영웅적인 행동으로 홍콩 경찰의 전설이 된 ‘애꾸눈 명수사관’ 치서우런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백미는 ‘진범 찾기 미스터리’가 아니라 엄청난 부를 기반으로 한 쓰우 가문의 가부장적 독재와 절대적인 위계질서, 그리고 가문의 이름으로 자행되어 온 차별과 폭력과 억압에 관한 서사입니다. 또한 그런 악습들이 어떻게 ‘가문 몰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참극으로 이어졌는지를 현재는 물론 오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밝혀내는 거대한 사회파 미스터리의 미덕도 품고 있습니다.
어린이 한 명을 제외하고 참사에서 살아남은 다섯 명은 쓰우 가문의 명암을 극명히 드러내는 인물들입니다. 현재 쓰우 가문의 수장이자 봉건시대 군주를 연상시키는 50대 쓰우원후, 그의 10살 연하 아내이자 위험한 매력을 발산하는 40대 쓰우셰우이, 가문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은 몇 안 되는 남자 중 하나지만 오래 전부터 가문과 절연해온 30대 쓰우즈신, 영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개차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쓰우즈이, 쓰우 가문이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쓰우즈아이 등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가문 몰살범을 추리하는데, 그 추리를 따라가다 보면 살아남은 다섯 명 누구든 충분한 살해 동기가 있는 것은 물론 가문의 몰살이 가져올 이익의 수혜자라는 것이 밝혀져서 독자의 추리 의욕을 고조시킵니다.
1부가 ‘진범 찾기 미스터리’에다 쓰우 가문의 실체가 폭로되는 빠른 호흡의 이야기로 구성됐다면, 2부에선 아무도 몰랐던 ‘또 한 명의 쓰우 가문 사람’이 등장하면서 전혀 새로운 국면이 펼쳐집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애초 1부만으로 작품을 완성했다가 미진한 부분이 엿보여서 2부를 추가했다고 하는데, 알맹이에 비해 다소 과한 분량이 할애되긴 했지만, 기구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인생 역정과 함께 쓰우 가문의 몰락이 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시작이 그릇된 욕망과 어이없는 아이러니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디테일하게 그려져서 지루할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인물도 많고 이야기 구조도 방대해서 세세한 내용까지 언급하기가 어려운데, 앞서 소개한 이 작품의 큰 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그러니까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가문의 비밀과 비극, 그 와중에 벌어진 대량 살상, 그리고 운명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개인들의 기구한 삶이란 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스런 책읽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를 시작으로 ‘복수 3부작’을 이어갈 예정이라는데, 이 작품이 좋은 성과를 내서 후속작도 한국에 소개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