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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되살아난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평점 :
사이타마현 가미시마초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이 발견됩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살점과 뼈 때문에 12년차 베테랑인 현경 수사1과 마키하타 게이스케마저 얼어붙게 만든 그 시신의 주인은 인근의 독일 제약회사 스턴버그의 연구원인 기류 다카시.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그가 폭력성을 급상승시키는 신종 마약 ‘히트’를 청소년들에게 판매했으며, 그 배후에 독일 제약회사 스턴버그의 추악한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자 경찰청까지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가담하게 됩니다. 한편 살해된 기류의 연인인 마리무라 미사토가 수시로 사건 현장에 나타나자 마키히타는 그녀가 사건의 진상은 물론 기류에 대해 뭔가를 감추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올해 초 이 작품이 출간됐을 때 “반전의 제왕! 나카야마 시치리의 최초의 소설!”이라는 띠지의 문구에 눈길이 사로잡혔던 기억이 분명하지만, (가을이 돼서야 읽게 되긴 했어도) 정작 읽는 동안엔 그 문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탓에 읽는 내내 ‘나카야마 시치리가 좀 변했네.’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됐는데, 대부분의 인물이 다소 거칠고 날것 같은 캐릭터였고(그중 일부에겐 굉장히 고급스럽고(?) 심오한 과거사 또는 트라우마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사건보다는 인물의 심리에 좀더 치중하는 낯선 서사가 눈에 띄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론 ‘범인’이 드러난 이후 100여 페이지에 걸쳐 공포물과 액션물이 혼재된 긴 클라이맥스가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전까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르물 29편을 읽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무척 의아했다가 서평을 쓰기 위해 인터넷서점에 들어가 본 뒤에야 ‘문제의 띠지’를 다시 발견했고, 저의 무딘 기억력 때문에 오해 아닌 오해를 한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도저히 사람의 행위라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시신의 상태, 주위에서 늘 밝고 건강한 사람이라고 평가받던 기류가 신종 마약을 판매했다는 놀라운 사실, 그 배후에 1차 대전 때부터 부도덕한 연구와 상술을 자행해온 독일 제약회사의 수상쩍은 정체, 그리고 기류의 죽음 이후 인근에서 연이어 발생한 유아와 동물의 유괴 등 도무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정보들 때문에 마키하타를 비롯한 사이타마현경은 대혼란에 빠집니다.
거기다가 12년차 베테랑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유족 또는 피해자 지인들과의 접촉을 어려워하는 마키하타는 중요한 정보를 가진 게 분명한 기류의 연인 미사토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며 수사를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와중에 경찰청에서 비공식적으로 파견된 마약전문 수사관 구조 고헤이가 자신과는 정반대의 수사 방식을 내세우며 폭주하듯 불법수사까지 강행하자 마키하타의 곤란함은 극에 달합니다.
단서를 찾고 추리를 통해 진범의 정체에 이르는 전형적인 미스터리와 달리 ‘마녀는 되살아난다’는 캐릭터 위주의 심리 미스터리에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특히 살해된 기류의 불행했던 유년기라든가, 아직도 악몽을 꾸게 만드는 한 피해자 가족의 “비겁한 인간!”이란 한마디에 사로잡혀 있는 마키하타의 트라우마, 그리고 마약수사에 관한 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정도로 폭주하는 경찰청 수사관 구조 고헤이의 비극적인 가족사 등 주요 인물들의 과거사와 심리가 사건보다 훨씬 더 높은 비중으로 그려집니다. 그 덕분에 독자는 ‘누가, 왜 기류를 그토록 참혹하게 죽였는가?’라는 미스터리보다는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빠른 속도와 거침없는 반전으로 유명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전형적인 스타일과 전혀 다른 결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마지막 100여 페이지를 남기고 그야말로 장르를 갈아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소름 돋는 공포가 지배하는 액션물로 변신합니다. 어떤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주인공 마키하타가 과연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가늠조차 안 되는 극한의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이 대목에서 독자는 ‘애초 나카야마 시치리가 이런 취향을 좋아했나?’라는 의문과 함께 각별한 호기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서평 제목에 ‘히트 1’이라고 표기한 이유는 2012년 이 작품의 후속작인 ‘히트업’이 출간됐기 때문인데, 살해된 기류가 청소년들에게 판매했던 신종 마약 ‘히트’를 소재로 좀더 큰 사이즈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조만간 출간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시 한 번 나카야마 시치리의 ‘초기 취향’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됩니다. 물론 그의 ‘빠른 속도와 거침없는 반전’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 작품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독자도 많겠지만(저 역시 그런 점 때문에 별 1개를 뺐습니다만), 일단 이 작품을 읽었다면 후속작을 쉽게 외면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