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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토호 - 모두가 사라진다
니이나 사토시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평점 :
쌍둥이 여동생 아오바가 숲속 폐가에서 커다란 천 뒤로 홀연히 자취를 감추자 초등학생 나쓰히는 겁에 질립니다. 하지만 “아오바가 누군데?”라며, 애초 그런 존재가 없었다는 듯 되묻는 부모님과 이웃들 때문에 나쓰히는 대혼란에 빠집니다. 아오바가 사라지는 걸 함께 목격한 소꿉친구 아키토 외에는 누구도 아오바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나쓰히 주변에서 또 다시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지도교수 후지에다, 시간강사 기요하라, 그리고 비명에 사망한 친구 등 모두가 수백 년 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이야기 ‘아사토호’와 연관 됐음을 알아낸 나쓰히는 아키토와 함께 그 이야기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읽기 전까지 알고 있던 정보라곤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그 아이는 내 여동생이다. 모두가 말한다. 그런 아이는 처음부터 없었다고.”라는 뒷표지의 홍보카피, 그리고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호러 대상을 수상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란 게 전부였습니다. 짐작컨대 미쓰다 신조 스타일의 호러물이 아닐까, 싶었지만, ‘아사토호’는 출판사 소개글대로 ‘미스터리와 호러,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작품이었고, 실은 여러 번 중도포기를 고민했을 정도로 무척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였습니다. 4년 전 ‘유지니아’를 끝으로 더는 읽지 않고 있는 온다 리쿠가 더 편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그래선지 서평을 써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고, 어느 정도의 평점을 줘야 할지 감조차 잡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인터넷서점에 올라온 후한 호평들을 보고 나니 제가 책을 잘못 읽었거나 저의 독해력이 엉망이었거나 아니면 그저 제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정체불명의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내 존재는 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이야기에 의해 정해진다.” (p322)
작가가 ‘아사토호’에서 말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한 줄이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저의 혼란과 자괴감은 사실 이 철학적인 명제 하나에서 비롯됐습니다. 만일 이 작품이 수백 년 전에 쓰인 작자미상의 이야기 ‘아사토호’가 야기한 호러 미스터리이자 판타지 괴담이었다면 아마 미쓰다 신조의 ‘작자미상’과 엇비슷한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호러물이 됐겠지만, 작가는 “존재는 이야기에 의해 정해진다”라는 철학적인 명제를 밑바탕에 깔아둠으로써 그 어느 장르물과도 차별되는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냈습니다.
다만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대목에서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저는 길을 잃어버렸고, 그런 채로 마지막 장까지 꾸역꾸역 읽어내긴 했지만, 작가의 의도를 절반은커녕 잘 해야 20~30% 정도만 이해한 채 책을 덮고 말았습니다.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읽으면 조금은 더 이해가 될까 싶었지만, 그 어느 서평에서도 제가 원하는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한 번쯤 더 읽으면 작가의 심오한 의도와 이 작품의 의미에 더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딱히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굳이 그런 노력을 기울일 정도로 궁금함과 호기심이 남은 것도 아니고, 단지 저와는 맞지 않은 이야기 또는 제 취향이 아닌 작가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마음 편한 일 같기 때문입니다.
사족으로 한마디만 보태자면, 북로드에서 펴낸 책답지 않게 오타가 너무 많아서 읽는 도중 여러 번 기분이 상했습니다. 조사의 오류가 가장 많았고, 인물 이름이 틀리거나 단어 자체가 아예 빠진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중쇄 때 꼭 바로 잡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