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선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12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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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보부 특수프로젝트부 요원 트래비스 디바인은 CIA요원 제니퍼 실크웰이 살해당한 사건에 투입됩니다. 그녀가 살해당한 곳은 본가가 있는 메인주의 해안가 소도시 퍼트넘. 도착 직후부터 소도시 특유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디바인은 현지 경찰과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내 혼란에 빠지고 마는데, 그가 전달받은 정보와 달리 제니퍼는 CIA 업무와 관련된 이유로 살해당한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퍼트넘에선 15년 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기묘한 죽음과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는데, 디바인이 볼 땐 제니퍼의 죽음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게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미 육군 특수부대의 유능한 장교였지만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전역한 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트래비스 디바인은 전작 ‘6시 20분의 남자’에서 퇴역장성 에머슨 캠벨에게 협박성(?) 스카웃 제의를 받곤 국토안보부 특수프로젝트부에 몸을 담았습니다. 전작에서 연쇄살인사건은 물론 국가안보와 관련된 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디바인의 다음 행보는 당연히 사이즈가 좀 더 큰 첩보 스릴러 서사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이번 작품에서 디바인은 ‘비밀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소도시 속 명탐정’으로 맹활약합니다. CIA요원 제니퍼를 살해한 국가안보 위협세력을 찾아내고 1급 기밀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되찾는 것이 당초 디바인의 미션이었지만, 그는 침묵과 은폐로 일관하는 퍼트넘의 주민들과 경찰을 상대하며 아무도 예상 못한 참혹한 진실을 세상에 드러냅니다.


장르물 가운데 폐쇄적인 소도시에 툭 떨어진 주인공이 갖은 난관과 방해를 이겨내고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음산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인구 300여 명의 해안가 소도시 퍼트넘은 사건의 무대로 더없이 매력적인 곳임은 물론, 수사 과정에서 숱한 위기를 넘기며 여러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디바인의 명탐정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또한 디바인의 조사와 탐문을 방해하거나 의심스러운 진술만 거듭하는 퍼트넘의 주민들은 그 가운데 누구든 범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미묘한 분위기를 발산하곤 해서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몇 배로 증폭시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디바인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15년 전부터 최근까지 퍼트넘에서 일어난 몇몇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입니다. 독자 입장에선 이 죽음들이 제니퍼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 사뭇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 해답이 공개되는 지점까진 디바인조차 혼란에 빠진 상태라서 독자 역시 작가가 제공하는 단편적인 정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설정은 전문 청부업자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디바인에 대한 연이은 습격인데, 이 역시 제니퍼의 죽음과 관련 있는지 여부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등장인물도 많고, 과거와 현재가 뒤얽힌 정황도 복잡한데다 누구 하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듯 보이는 덕분에 거대한 첩보 스릴러 서사 못잖게 독자의 두통을 유발합니다. 한 번에 완독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띄엄띄엄 나눠서 읽어야 된다면 메모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잘 짜인 미로마냥 정교하고 탄탄하게 설계된 이야기란 뜻인데, 마지막에 진범과 진실이 밝혀지는 대목에 이르면 이렇듯 매력적인 설계를 구상한 데이비드 발다치의 필력에 진심으로 감탄하게 됩니다.


독자에 따라 ‘압도적인 육체의 강력함과 명석한 지능’을 지닌 디바인이 ‘소도시 속 명탐정’이 아니라 ‘첩보물의 주인공’으로 맹활약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앞으로도 디바인이 국가안보보다는 연쇄살인사건 등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명탐정으로 활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중에서도 FBI 객원요원인 주인공 데커가 쇠락한 소도시에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폴른’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런 이야기가 좀 더 주인공의 매력을 드러내기도 하거니와 몰입도도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2024년에 출간된 디바인의 세 번째 이야기 ‘To Die For’에도 디바인의 이런 매력이 잘 녹아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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