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쿠 - 망자의 터
기타자와 도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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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간토 대지진(1923년)으로 아내 시즈코를 잃은 후루세 소이치로는 그리움에 사무친 나머지 무녀 미쓰코에게 강령 의식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강령을 마친 미쓰코는 “부인은 참말로 떠나신 게요?”라는 불길한 말을 남겼고, 그날 밤부터 후루세에겐 기괴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집니다. 그러던 중 시즈코의 목소리와 향기를 지닌 괴이가 침실에 나타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그것이 제대로 성불하지 못한 채 저승으로 가지 못한 망령임을 알게 된 후루세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 와중에 그런 망령들만 골라 잡아먹는 ‘얼굴 없는 괴이’ 에리마키와 맞닥뜨리자 후루세의 혼란은 극에 달합니다.



처음 그 이름을 들어본 작가지만, 2023년 제43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호러 대상’에서 최초로 대상, 독자상, 가쿠요무(カクヨム)상 등 3관왕을 차지한 화려한 타이틀에 눈길이 끌려 관심을 갖게 된 작품입니다. 붉은 부채들과 앙상한 나무, 그것들을 바라보고 앉은 한 여인이 그려진 표지도 인상적인데, 이야기 역시 음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무척 독특한 호러 서사를 선보입니다. 기타자와 도는 인터뷰에서 에도가와 란포와 사와무라 이치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어떤 대목에선 미쓰다 신조의 분위기도 살짝 맛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온고쿠’는 한자로 표기하면 遠國, 즉 직역하면 ‘먼 나라’이고, 이 작품에선 죽은 자가 사는 곳이자 (부제인) 망자의 터를 뜻하며, 아내 시즈코의 망령이 후루세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부르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성불을 한 망자라면 누구나 온고쿠로 가야 하지만, 아내 시즈코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승을 떠나지 못한 망령으로 전락했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후루세 앞에 나타나곤 합니다. 

그런 후루세를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드는 건 이승을 떠나지 못한 망령들만 골라서 잡아먹는 ‘얼굴 없는 괴이’ 에리마키입니다. 그 어떤 호러물에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인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라서 주인공 후루세보다 더 눈길을 끕니다.


이야기는 시즈코가 망령이 된 이유와 후루세를 찾아오는 목적, 망령을 잡아먹는 에리마키의 정체, 그리고 자신의 가문에 전해 내려온 거대한 저주의 실체 등을 무녀 미쓰코를 통해 알게 된 후루세가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흘러갑니다. 전반적으로 호러물의 본연의 역할인 ‘서늘함’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망령이 된 아내 시즈코에 대한 후루세의 그리움과 죄책감이 이야기 바탕에 깔려 있다 보니 읽는 내내 안쓰러움과 애틋함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나를 가장 사랑했던 존재가 저주에 빠져 나를 죽이러 다가온다’는 잔혹하고도 애달픈 상황”이라는 출판사 소개글은 후루세의 처지를 한마디로 잘 요약해놓았는데, 이런 설정 덕분에 독자는 일반적인 호러물과는 전혀 색다른 느낌의 엔딩과 마주하게 됩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됐지만, ‘온고쿠’는 서늘함과 애틋함이 공존하는 호러물이라 오히려 뜨거운 한여름보다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읽는 것이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좀더 구체적인 줄거리를 언급하지 못했는데, 호러물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궁금증과 관심이 발동한 독자라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도 단단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서점의 출판사 소개글도 꽤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으니 뒷표지에 실린 줄거리 정도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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