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아이 : 상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더픽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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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잠든 뒤 깨어나지 못하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희귀질환 이레스. 무려 네 명의 환자가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 이 병에 걸립니다. 이들을 담당한 신경내과의 시키나 아이는 오랫동안 봉인해온 트라우마가 재발하며 공황에 빠집니다. 환자들 모두 발병 직전 자신처럼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했음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원인도, 치료법도 없어 절망하던 아이는 뜻밖의 경로를 통해 ‘환자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기억과 상처를 직면하고 영혼을 구하는 치료법’을 알게 됩니다. 주술이나 다름없는 행위였지만 첫 환자의 꿈속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아이는 그(녀)를 혼수상태에 빠뜨린 고통의 원인과 비밀을 찾는 위험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몽환의 아이’라는 제목과 “잠든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 영혼을 구하는 의사”라는 홍보카피만 놓고 보면 제 취향과는 거리가 좀 먼 이야기인 게 사실입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꿈’에 관한 이야기는 대체로 어렵고 골치 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훅 끌린 이유는 오로지 하나, 작가가 저의 ‘무조건 필독 작가’ 중 한 명인 치넨 미키토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모호하고 난해한 이야기겠지만, 치넨 미키토라면 ‘꿈 이야기’조차 매력적으로 풀어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몽환의 아이’는 섞이기 힘든 여러 장르가 혼재된 작품입니다. 메디컬 미스터리, 연쇄살인 스릴러, 범죄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메인 장르지만 거기에다 판타지 서사, 특히 이세계(異世界)와 주술(呪術)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신비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끼어들면서 독자로 하여금 놀라움과 혼선을 거듭 경험하게 만듭니다. 

현실 속 시키나 아이는 최악의 트라우마를 남긴 23년 전의 무차별 살인사건과 현재 진행 중인 연쇄살인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채 혼란에 빠지지만, 희귀질환 이레스에 걸린 네 명의 환자의 꿈속에 진입한 후엔 그들의 영혼이 만들어낸 ‘몽환의 세계’ 속에서 갖가지 비현실적인 위기 상황에 부딪히면서도 그들의 기억과 상처와 고통을 살피며 미스터리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키나 아이의 ‘현실’과 ‘비현실’은 비극적인 접점을 갖게 되는데, 독자는 놀라움과 혼선을 느끼면서도 이 방대한 이야기들을 한줄기로 엮어낸 치넨 미키토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꽤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현실과 비현실 속 사건들은 복잡하고 많은데다 과거와 현재가 쉴 새 없이 교차되다 보니 쉽고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또한 환자들의 꿈속 ‘몽환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의 룰(Rule)도 설렁설렁 읽어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꽤 집중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키나 아이가 양쪽 진영을 오가며 갖은 위험 속에서도 비밀과 진실을 캐내고 환자의 영혼을 치유하는 이야기,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시키나 아이와 환자들의 비극이 실은 밀접하게 연관돼있음이 밝혀지는 과정, 그리고 막판 대반전과 함께 시키나 아이에게 찾아온 가혹한 운명과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다르는 애틋한 엔딩 등 치넨 미키토가 직조한 거대하고 정교한 서사는 두 권에 걸쳐 8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순식간에 읽어내게 할 정도로 재미와 여운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꿈이 얽힌 판타지 서사 때문에, 또 이세계와 주술이 가미된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치넨 미키토에게 한 번이라도 반했던 독자라면, 또 지금껏 맛보지 못한 독특한 미스터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인터넷서점이나 블로그에 많은 서평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다른 분들의 의견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중요한 정보라든가 위화감이 드는 대목들을 꼼꼼히 메모하면서 읽는다면 이 작품의 묘미를 좀더 진하게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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