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래쉬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박지현 옮김 / 북플라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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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때문에 22살에 뜻밖의 임신을 한 테건 베르너는 뒤늦게 아기의 아빠가 부유한 사업가이자 유부남인 걸 알게 됩니다. 만삭인데다 빈곤에 시달리던 테건은 남자로부터 거액을 받는 대신 비밀 계약서를 쓰기로 약속했지만, 계약 당일 남자를 다시 본 순간 자신이 데이트 강간을 당했음을 깨닫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계약을 거부한 테건은 유일한 가족인 오빠 데니스의 집으로 향하지만 도중에 눈 폭풍에 휘말리며 큰 사고를 당합니다. 한밤중 인적 없는 곳에서 발목까지 부러진 테건은 공포에 휩싸이지만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구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테건을 병원이 아닌 외딴 곳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최근에 읽은 프리다 맥파든의 초기작(미국 출간 2018년) ‘대리모’에서 적잖은 실망감을 느낀 탓에 비교적 최신작(2025년)인 ‘더 크래쉬’에서 그 실망감을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쯤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충분히 만족하진 못했지만 막판에 터진 프리다 맥파든 특유의 반전들 덕분에 나름 개운한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요약한 줄거리는 실은 1부의 중간쯤, 정확히는 69페이지까지의 초반 설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70페이지부터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이어 2부 중간쯤인 150페이지에서 첫 번째 큰 반전이 일어나는데, 사실 이 대목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대형 스포일러라서 정작 서평에서 이 작품의 알맹이를 언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소개글 역시 제가 요약한 줄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SNS에 올라온 서평 가운데 ‘첫 번째 큰 반전’을 공개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 같으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가급적 아무 정보 없이 본편을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기본적인 얼개는 큰 부상까지 입은 만삭의 임산부 테건이 남자의 집에 감금된 채 나흘이라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며 죽음의 위기까지 겪다가 가까스로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서스펜스 스릴러의 교과서적인 설정에다 ‘프리다 맥파든 표 도메스틱 스릴러’의 서사까지 잘 버무려진 구조인데, 앞서 ‘충분히 만족하진 못했지만’이란 표현을 쓴 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흘간의 감금이 비슷한 상황의 반복으로 이어진 탓에 중반부쯤 지루함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뜻밖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소소한 반전들이 이어지긴 하지만, “또?”라는 불만 섞인 혼잣말이 여러 번 흘러나온 게 사실입니다.

다만 마지막 60여 페이지에 걸친 연이은 큰 반전들은 앞서 느낀 지루함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줄 만큼 흥미로웠고,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은 꼼꼼한 설계에 “역시 프리다 맥파든!”이란 감탄이 저절로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절반쯤의 성공’이라는 표현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건데, 독자에 따라서는 막판 반전보다 중반부의 지루함이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 출간된 프리다 맥파든의 작품 19편 가운데 ‘더 크래쉬’까지 7편을 읽었는데, 고백하자면 아직 못 읽은 ‘하우스 메이드 3’을 제외하곤 더는 큰 기대를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우스 메이드 1~2’와 ‘네버 라이’는 손에 꼽을 작품이지만, 그 외엔 대체로 평작의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게 ‘세입자’인데, 그 작품에서도 ‘절반쯤의 성공’ 이상의 만족감을 못 느낀다면 나머지 작품들은 (스포일러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독자들의 서평을 미리 꼼꼼히 살펴보고 골라 읽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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