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리모
프리다 맥파든 지음, 박지현 옮김 / 북플라자 / 2026년 2월
평점 :
애비는 모든 걸 가졌다. 잘나가는 직업, 능력 있고 잘생긴 남편. 하지만 딱 하나 가질 수 없는 게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아이.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비서인 모니카가 애비의 꿈을 이뤄 줄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자신이 대리모가 되어주겠다는 것이다.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애비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제안은 곧 악몽으로 바뀌고 만다. 임신에 성공한 모니카는 더 이상 애비가 아는 착한 비서가 아니었다. 남편과 점점 가까워지고, 애비를 함정에 빠뜨리기 시작했다. 모니카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사람이었다. 그게 살인일지라도. (출판사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얼마 전에 대리모를 소재로 한 기리노 나쓰오의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읽고, 최근 한국에서 핫한 스릴러 작가인 프리다 맥파든은 같은 소재를 어떤 스타일로 다뤘을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를 통해 도메스틱 스릴러의 진면목을 보여줬던 프리다 맥파든이기에 한국이나 일본작가와는 전혀 다른 정서의 대리모 이야기를 풀어낼 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그녀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쉽고 빠르게 읽히는 문장들, 잘 만들어진 도메스틱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 등장인물은 단출하지만 개성 있고 선명한 캐릭터 등 프리다 맥파든의 장기가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설마 이런 식으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다소 무리한 설정과 억지스런 전개에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름 반전도 연이어 터지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술술 넘어가긴 하지만, 뭐랄까, 지금까지 읽은 그녀의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좀 안이하게 급조된 인상을 받았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대리모라는 설정 자체가 깊이감이라곤 전혀 없이 그저 도구적으로만 사용된 부분이 아쉬웠고, 주인공과 조연을 막론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행태도 자연스럽지 못한, 그러니까 작가가 가리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인형처럼 보여서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하고 읽는 도중에 자꾸만 뒤로 물러서게 되곤 했습니다.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건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출판사 소개글이 사실상 내용의 전부이고, 또 하나는 설정 자체가 단순해서 한두 가지 팩트만 언급해도 대형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입니다)
2023년 ‘핸디맨’(개정판은 ‘잠겨진 문’) 이후 3년 여 만에 한국에 소개된 작품만 19편일 정도로(2026년엔 7월까지만 무려 11편이 출간됐습니다) 핫한 작가라서 구글에서 검색을 해본 적이 있는데, ‘대리모’는 현지에서 2018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시리즈와 스탠드얼론을 통틀어서) 프리다 맥파든의 비교적 초기작에 속합니다. 한국에서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다소 평가가 떨어지는 그녀의 초기작까지 출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선지 나름 작가로서 변곡점을 맞이한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 이전의 작품들은 좀 선별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까지 여섯 편밖에 읽진 못했지만,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를 제외하면 ‘네버 라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 작품 역시 ‘하우스 메이드’ 1편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