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혼
제네바 로즈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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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최고의 형사 변호사 세라 모건은 결혼 10주년 다음 날 인생 최악의 상황을 맞이합니다. 전업 작가인 남편 애덤이 호숫가 별장에서 내연녀 켈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기 때문입니다. 부부관계가 점차 소원해지던 중이었긴 해도 사랑 하나만으로 애덤을 믿어왔던 세라는 살인 못잖게 그가 1년 넘도록 켈리와 깊은 관계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애덤의 변호를 자처합니다. 아직도 그를 사랑한다는 점과 그가 범인일 리 없다는 확신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무죄를 밝혀냄으로써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지켜내고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을 막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사는 연신 난관에 부딪히고, 애덤마저 연이어 대형 사고를 치며 세라를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가족 또는 부부가 주인공인 도메스틱 스릴러는 어지간히 눈길을 끄는 요소가 없으면 가급적 기피하는 장르지만, ‘완벽한 결혼내연녀를 살해한 남편을 변호하는 아내라는 설정 때문에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남편에게 1년 넘도록 마음까지 주고받은 내연녀가 있었고 그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됐다면, 보통의 아내라면 진실과는 관계없이 피해자 측에 서서 남편을 증오하며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라는 이제는 거의 사그라진 한 조각의 사랑과 형사 변호사로서의 명성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자신을 배신한 애덤의 변호를 자처합니다. 그리고 검찰과 보안관이 놓친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해가며 분투합니다. 한편 세라 덕분에 구속을 피해 가택연금 판정을 받은 애덤은 스스로 진범을 밝혀내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저질러가며 위험한 행동을 일삼습니다. 문제는 그 행동들이 점점 더 애덤 본인을 옥죄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세라와 애덤이 한 챕터씩 번갈아 1인칭 화자를 맡아 각자가 의심하는 인물들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한 챕터의 분량이 짧기도 하지만 무척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돼서 두 사람의 심리묘사에 적잖은 분량이 할애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라와 애덤의 조사가 진척될수록 여러 명의 용의자가 차례로 수면 위로 떠올라서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데, 살해된 켈리의 과거 속에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보이는가 하면, 조사에 비협조적인 보안관들도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고, 켈리를 살해할 만큼 원한 혹은 집착에 빠진 인물들도 눈에 띕니다. 또한 스스로 진실을 밝히려는 애덤의 무모한 폭주는 세라의 조사를 거듭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그녀로 하여금 혹시 애덤이 진짜 범인이 아닐까?”라는 의문까지 품게 만들 만큼 여러 차례 위기를 자초하곤 해서 내연녀를 살해한 남편을 변호하는 아내라는 설정을 더욱 쫄깃하게 만듭니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 읽은 뒤 뭔가 아쉽고 허전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우선 일부 인물들의 관계나 캐릭터 설정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냥 받아들이기엔 과도해 보이는 우연으로 엮인 인물들도 있고, 단지 한두 개의 역할을 위해 도구적으로 쓰이고 만 인물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작가가 미스디렉션을 위해 여러 명의 용의자를 등장시키며 의혹의 씨앗을 잔뜩 뿌려놓았지만, 정작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 사람은 신경 안 써도 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도 의심스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용의자들 외에 세라와 애덤 주변인물을 눈여겨보게 만든 설정은 꽤 정교하고 치밀했지만 눈길을 잡아끌 만큼 흡인력이 크진 않았습니다.

 

마지막 반전과 복선을 회수하는 방식은 100점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주인공 세라의 캐릭터도 한 번만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이 작품의 후속작 완벽한 이혼이 미국에서 2025년에 출간됐고, 한국에도 2026년에는 소개될 예정이라고 해서 나름 기대감을 품게 됐습니다. 어딘가 좀 허술하고 아쉬운 대목들이 있긴 해도 진범 찾기 미스터리와 도메스틱 심리 스릴러가 잘 믹스된 작품이니 관심 있는 독자라면 다른 분들의 서평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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