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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평점 :
입사 후 단 한 번도 ‘8시 45분 출근’을 어긴 적 없는 돈 쉬프가 출근하지 않자 옆자리의 동료 내털리는 의문에 사로잡힙니다. 더구나 대신 받은 돈의 업무용 전화기에서 분명 그녀의 목소리로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내털리는 사고라도 벌어진 게 아닐까, 걱정합니다. 결국 외근 중 돈의 집에 들른 내털리는 명백히 범죄현장으로 보이는 장면을 목격하곤 큰 충격에 빠집니다. 문제는 목격자이자 신고자인 내털리가 용의자로 지목된 점. 돈의 집에선 내털리의 범행을 입증하는 단서들이 수두룩이 발견됐고, 직장동료들은 내틸리가 돈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진술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흔적만 남긴 채 행방이 묘연해진 돈이 시신으로 발견된다면 내털리가 종신형을 피하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2023년 ‘핸디맨’ 이후 2년여 만에 무려 다섯 편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 프리다 맥파든의 신작입니다. 올봄에 출간된 ‘하우스메이드 2’를 제외하고 모두 읽었는데, 심리스릴러를 기반으로 한 미스터리 서사가 마음에 들어서 신작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됐습니다. 검색해보니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는 단편을 포함하여 모두 4편이나 출간됐고, 스탠드얼론은 ‘The Tenant’(2025년 5월)까지 무려 18편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몇 편이나 한국에 소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적지 않을 거란 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은 동료들 모두가 좋아하는 성격과 외모에다 뛰어난 실적과 매력적인 남친까지 겸비한 내털리와, 사람보다 거북이를 더 좋아하며 지독한 강박증과 결벽증에다 대인소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돈입니다. 그야말로 극과 극의 캐릭터가 사무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코워커(직장동료)가 된 셈입니다.
‘더 코워커’는 여러 가지 서사가 미묘하게 뒤섞인 심리스릴러입니다. 피해자가 종적을 감춘 (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몇 명 안 되는 등장인물 사이에 모함, 직장 내 괴롭힘, 시기와 질투, 불륜, 음모, 복수 등 복잡하고도 불온한 관계와 감정들이 이리저리 얽혀있는데, 실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즉 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재료는 바로 ‘거짓말’입니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되는데, 하나는 하루아침에 살인용의자로 전락한 내털리가 어떻게든 자신이 빠진 진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돈이 9개월 전부터 최근까지 절친인 미아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입니다. 입사 직후부터 내털리와의 관계를 상세히 묘사한 돈의 이메일들은 내털리에 대한 의심을 확고하게 만듭니다.
한 챕터씩 번갈아 등장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누군가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지는데, 문제는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데다 양쪽 이야기가 다 그럴듯해 보여서 도대체 누구를 믿고 응원해야 되는 건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호해진다는 점입니다. 이 모호함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긴장감 속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흥미진진한 반전의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전체 분량의 2/3정도인 1부는 다소 긴장감도 떨어지고 대체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만 진행돼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국면을 펼치는 2부부터 ‘더 코워커’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고, 엄청 빠른 속도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폭주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재료인 ‘거짓말’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과연 거짓말을 한 건 누구일까요? 그 거짓말 속에 깃든 진짜 악의는 무엇일까요? 그 거짓말은 진짜 거짓말이긴 할까요?
‘더 코워커’의 엔딩은 프리다 맥파든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독자마다 조금씩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꽤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습니다. 이 ‘다른 결’을 어떻게든 적당한 단어로 표현해보고 싶었지만 그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포기했습니다. 다만 아주 촉이 뛰어난 독자가 아니라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뜻밖의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혹시 이 작품을 통해 프리다 맥파든을 관심작가로 삼은 독자라면 한국에 출간된 그녀의 작품 가운데 저의 원픽인 ‘네버 라이’를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