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소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3 링컨 라임 시리즈 3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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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범죄학자인 링컨 라임은 채 1%도 안 되는 가능성에 기댄 채 노스캐롤라이나 메디컬 센터에서의 신경세포 수술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인근 파케노크 카운티의 보안관인 짐 벨로부터 강력사건 수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곤충 소년이란 별명을 지닌 16살 개릿 핸런이 살인을 저지른 뒤 두 여성을 납치했는데 그 행적이 묘연한 상태에서 마침 라임의 소식을 들은 짐 벨은 그의 능력을 빌리기로 한 것입니다. 라임은 거절하려 했지만 색스의 주장에 밀려 사건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소도시 보안관국의 초기 현장조사는 너무나 허술했고, 결국 라임과 색스는 거의 재조사에 가까운 수고를 들여 개릿의 행방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색스의 폭주 때문에 라임은 엄청난 충격에 빠지고 맙니다.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면 어떻게 되지? 혼란스러운 게 아니야. 죽는다고. 수사관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은 주변 환경에 대한 무지야.” (p47)

 

링컨 라임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곤충 소년의 주 무대는 라임과 색스의 홈그라운드인 뉴욕이 아닌, 강과 늪지대로 둘러싸인 불온한 분위기의 남부 소도시 파케노크 카운티입니다. 범인을 추적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장에서 발견한 미량 증거물뿐이지만 토양과 식물 등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탓에 라임과 색스는 수사 초반부터 난항을 거듭합니다. 뉴욕이라면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던 두 사람이 물을 벗어난 물고기신세가 된 채 고전하는 초반부는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을 발산합니다.

 

라임과 색스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 건 카운티 보안관국의 노골적인 반발과 법과학에 대한 무지입니다. 자기 영역을 침입한, 그것도 전신마비의 범죄학자와 빨간 머리의 뉴욕경찰로 이뤄진 북부 양키 콤비가 남부 보안관들에게 냉대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보다 심각한 건 너무나 허술하게 이뤄진 초기 현장조사입니다. 법과학에 대한 무지 탓에 현장은 심하게 훼손됐고 미량 증거물 수집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늪지대의 지형지물은 물론 곤충의 생태지식에도 해박한 16살 소년 개릿을 추적하는 일은 그야말로 난감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 못잖게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부작용과 역효과의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전신마비 상태를 조금이라도 호전시키기 위해 라임이 선택한 신경세포 수술입니다. 라임과 색스는 이 수술에 대해 서로 다른 속내를 품고 있으면서도 결코 상대에게 진심을 털어놓지 않습니다. 라임은 어떻게든 수술을 강행할 생각이고, 색스는 어떻게든 이 수술을 말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두 사람의 속내는 실은 상대방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에서 비롯된 똑같은 모양새라 독자로 하여금 여러 번 안쓰러움을 맛보게 만듭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들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릴 사건에 가담하고 만 두 사람은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까요? 과연 라임의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될까요?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법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물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 충돌이 극명하게 벌어진 점입니다. 라임은 결코 증인과 증언을 믿지 않습니다. 오직 물리적인 미량 증거물만이 그의 유일무이한 잣대입니다. 반면 색스는 사람을 다루는 경찰입니다. 모두가 잔혹한 살인마로 지목한 16살 소년 개릿의 말과 행동에서 뭔가를 감지한 색스는 라임의 절대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인간의 가슴 속에서 발견한 증거물이야말로 최고의 증거라고 확신하곤 누구도 예상 못한 충격적인 행동을 감행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으로 인해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선회합니다. (이 급선회 지점은 중반부쯤 전개되는데, 인터넷서점의 소개글엔 그 내용이 공개돼있지만 제가 볼 땐 꽤 큰 스포일러라서 이 서평에선 생략했습니다)

 

사건의 규모와 잔혹성, 스릴러 서사의 긴장감과 속도감 등 여러 면에서 전작인 코핀 댄서에 비해 다소 느슨하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제프리 디버 특유의 막판 반전이 폭죽처럼 터져준 덕분에 중반부까지의 아쉬움을 단번에 잊을 수 있었습니다. 색스가 벌인 대형사고와 그 후폭풍을 언급하지 못해서 반쪽짜리 서평이 되고 말았는데,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모르는 상태에서 본편을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막판 반전 쇼의 쾌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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