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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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전문 필자인 우케쓰는 도쿄에 집을 마련하려다 고민에 빠진 지인이 보여준 평면도 때문에 호기심에 사로잡힙니다. 1층 한 곳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공간이 있는데, 지인은 그 공간이 찜찜한 나머지 구매를 주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케쓰는 미스터리 마니아인 건축설계사 구리하라와 함께 평면도를 분석하던 중 수수께끼의 공간 외에도 상식적이지 않은 곳들이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그 공간들에 대한 구리하라의 추리를 듣곤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저 구리하라의 지나친 망상이라고 치부하려 했지만, 지은 지 1년 만에 그 집을 매물로 내놓은 주인의 과거를 조사하던 우케쓰는 평면도 속 수수께끼의 공간이 어쩌면 실제로 참혹한 살인이 벌어진 사건현장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2022년에 출간됐을 당시 인터넷서점의 소개글을 보곤 왠지 과도한 특수설정 미스터리라는 선입견이 들어서 관심목록에서 제외시켰던 작품인데, 3년 만에 후속작(‘이상한 집 2’)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궁금증이 발동해서 뒤늦게나마 찾아 읽게 됐습니다.

 

평면도 속 수수께끼 공간에 대한 막연한 추리로 시작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확장되다가 끝내 잔인하고 끔찍한 비극의 정체를 폭로하는 호러 서사로 발전되는 구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초반에 우케쓰와 구리하라가 2층 주택의 평면도를 보며 막연한 추리를 주고받는 장면을 읽을 때만 해도 평면도에 관한 해프닝에 가까운 단편 호러물이라고 짐작했는데, 집을 내놓은 주인의 과거, 또 다른 기이한 평면도의 존재, 3의 인물이 들려주는 평면도에 얽힌 일가족에 관한 이야기 등 예상치 못한 설정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과연 서사의 두께와 깊이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사뭇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이 없는 아이의 방, 설치 목적을 알 수 없는 이중문, 비합리적으로 증축된 방, 비밀통로처럼 보이는 공간 등 우케쓰와 구리하라가 들여다보는 평면도 속엔 일상과는 거리가 먼 기이함과 위화감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평면도 자체만으로 그곳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을 유추하는 건 실은 과대망상에 가까운 일입니다. 특히 수수께끼의 공간이 은밀한 살인과 시신 유기에 쓰였을 거라는 구리하라의 추리는 이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독자에겐 코믹하고 황당한 호러 미스터리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과대망상에 가까운 추리를 현실 속 참극과 교묘하게 연결시킴으로써 평면도 호러 미스터리라는, 어디에도 없던 특별한 이야기를 자아냈습니다.

 

우케쓰와 구리하라의 막연한 추리 내용도 그렇고, 이들의 추리를 현실과 결부시켜주는 제3의 인물의 신상도 그렇고 거의 모든 게 스포일러라 스토리에 관한 한 서평에서 소개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기이한 평면도에 얽힌 일가족의 비극적인 사연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매력적인 미스터리지만 워낙 복잡하게 짜인데다 짧은 소개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역시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가 곤란합니다.

다만 평면도 속의 아주 작은 수수께끼의 공간에 대한 추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몸집을 불려가며 미쓰다 신조 스타일의 호러 미스터리로 발전하는 독특한 서사는 새롭고 신선한 장르물을 찾는 독자에겐 뜻밖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기이하고 위화감 넘치는 평면도 말고도 얼마든지 새로운 소재가 가능하다는 점, 그래서 후속편에 대한 기대가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후속작인 이상한 집 2’에는 모두 11채의 이상한 집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소개글을 일부러 안 봐서 장편인지 11개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 스스로 추리를 해볼 수 있는 단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니 모두 3채의 이상한 집이 등장한 첫 편보다 좀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깊고 어두운 심연에 빨려드는 듯한 느낌을 줬던 이상한 집을 넘어서는, 좀더 오싹하고 소름 돋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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