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본 컬렉터사건 이후 뉴욕 시경과 FBI의 수사 자문을 맡아온 링컨 라임은 거물급 무기상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던 비행기 조종사가 살해당한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최악의 살인청부업자이자 5년 전 자신의 부하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일명 코핀 댄서가 범인으로 추정됐기 때문입니다. ‘여자와 춤추는 사신의 문신이 새겨진 30대 백인이란 것 외엔 알려진 바가 없는 그는 라임에겐 개인적인 복수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재판에 나서기로 했던 증인은 모두 세 명. 살해된 조종사와 그의 아내 퍼시, 동료 헤일이 그들인데, 라임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만술로 경찰을 농락하는 코핀 댄서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남은 두 증인을 보호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의뢰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코핀 댄서는 희생자의 뼈에 집착하는 역대급 사이코패스가 등장했던 시리즈 첫 편 본 컬렉터에 이은 링컨 라임 시리즈두 번째 작품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본 컬렉터이후 1년이 경과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전신마비의 고통과 자괴감에 안락사를 기도했던 라임은 전편의 엔딩에서 공식적으로 뉴욕 시경과 FBI의 수사 자문을 맡기로 결심했고, 이제 자신의 파트너이자 친구인 아멜리아 색스와 함께 본격적인 2라운드를 맞이하게 됩니다.

 

라임과 색스의 두 번째 상대는 전무후무한 살인청부업자 코핀 댄서입니다. 특히 5년 전, 범행현장에 폭발물을 숨겨놓아 자신의 부하인 감식반원 두 명을 죽게 만든 댄서는 라임에겐 체포가 아니라 목을 따버리고 싶은 원수이기도 합니다. 다분히 사감이 깃든 수사를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색스는 1년 동안 라임의 파트너로 일하면서 그에게 각별한 감정을 품은 상태로 등장합니다. 그래선지 보호해야 할 증인 가운데 한 명인 퍼시가 라임과 수상쩍은(?) 눈빛을 주고받는 걸 지켜보며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느끼곤 합니다. 라임을 향한 색스의 각별한 감정은 스릴러 서사 못잖게 독자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또한 색스는 초반에 댄서를 체포하거나 사살할 수 있는 기회에서 무력하게 몸을 숨겼던 자신을 자책하며 수사 과정 내내 무리수를 두곤 합니다. 그때 제대로 처신했더라면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자책감은 라임과 퍼시를 향한 질투심과 함께 색스의 행보를 더욱 위험하게 만듭니다.

 

라임과 댄서의 대결은 출판사 소개글대로 고수들의 체스를 보는 듯한 지적 쾌감을 만끽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상대방의 패를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몇 수를 내다보며 전략을 바꾸고 작전을 수정하는 라임과 댄서의 공격과 수비는 단순한 반전 이상의 짜릿함을 선사하는데, 특히 막판에 댄서의 정체가 밝혀지는 대목에선 그야말로 월드클래스의 맞대결이란 이런 것!”이라는 감탄을 저절로 자아내게 만듭니다.

 


미량 증거물은 라임이 가장 선호하는 증거물이었다. 아무리 영리한 범인이라도 변형시키거나 일부러 심어놓을 수 없는 것이 미량 증거물이고, 아무리 꼼꼼한 범인이라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것이 미량 증거물이다.” (p159)

 

링컨 라임 시리즈가 여타 범죄 스릴러와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은 바로 이 미량 증거물입니다. 간혹 독자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 정도로 디테일한 분석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코핀 댄서에는 그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미량 증거물이 총출동한 듯 보여서 제프리 디버의 박학다식함과 철저한 자료조사에 여러 번 놀라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분석해낸 미량 증거물의 의미를 바탕으로 뛰어난 추리까지 펼쳐 보이는 라임은 법과학 탐정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진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1998년에 출간된 점을 감안하면 라임과 색스가 이끄는 법과학 스릴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어중간한 사족으로...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라임과 색스의 멜로 라인이 급진전돼서 조금 놀란 게 사실입니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곤충소년은 큰 얼개만 생각날 뿐 스토리 자체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보다도 라임과 색스가 다음 이야기에서 어디까지 진도가 나갈지 궁금해서라도 곤충소년을 얼른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