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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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시리즈의 첫 편인 탐정 갈릴레오가 과학적인 기현상에 바탕을 둔 사건들을 다뤘다면, 두 번째 작품인 예지몽꿈에서 본 소녀’, ‘영을 보다’, ‘떠드는 영혼등 수록작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로 비과학적인 심령 현상과 관련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는 띠지 카피 역시 예지몽이 어떤 작품인지 노골적으로 암시하는데, 그래선지 경시청 수사1과 구사나기 슌페이는 동료와 상관으로부터 신비주의 사건 전문 형사라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탐정 갈릴레오라는 별명을 가진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시리즈 주인공답게 맹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예지몽을 꾸는 소년과 소녀, 살해당한 바로 그 시간에 다른 곳에서 살아있는 모습이 목격된 여자, ‘시끄러운 영들이 피우는 소란 탓에 건물이 뒤흔들린다는 이른바 폴터가이스트 현상 등 그야말로 순도 100%의 오컬트 소재와 미스터리 서사가 잘 배합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물론 사건의 진상은 오컬트와는 무관한, 그야말로 과학적인 설명과 논리적인 추리로 완벽하게 입증되지만, 독자는 에피소드 초반부에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비과학적인 심령 현상에 눈길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어떻게 과학과 논리의 힘으로 파헤칠 수 있는 걸까, 라는 의문과 함께 말입니다.

 

연이어 신비주의 사건을 맡은 것도 억울하지만 도무지 해법을 찾아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구사나기와 시니컬하면서도 예리한 시각으로 진상을 파헤치는 유가와의 콤비 플레이는 탐정 갈릴레오에 이어 이번에도 소소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데, 한번쯤은 구사나기가 유가와에게 멋진 한 방을 날리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나 거의 전편에서 KO패를 당하고 있어서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크로스오버도 매력적이고, 미스터리 자체의 촘촘함이나 반전의 맛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아무래도 깊고 묵직한 서사를 구사하기 힘든 단편의 한계 때문에 이야기의 무게와 사이즈가 더 이상 확장되지 못한 점은 탐정 갈릴레오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다행히도 갈릴레오 다시 읽기의 다음 작품은 장편입니다. 그것도 무려 이 시리즈의 대표작이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 명품으로 꼽히는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일본 미스터리에 입문하고 얼마 안 돼 읽은 작품으로 그 진한 감흥을 깨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한국과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도 보지 않았는데, 대략 17~18년 만에 다시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사뭇 궁금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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