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T. J. 뉴먼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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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코스탈 에어웨이 416편의 기장 빌 호프만은 이륙 직후 날아든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패닉에 빠집니다. 아내 캐리와 아들 스콧, 그리고 갓난아기인 딸 엘리스가 자살폭탄 조끼가 입혀진 채 괴한에게 인질로 붙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괴한은 자신이 지목한 목표물에 비행기를 충돌시킬 것을 지시하며, 만일 거부하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리면 가족 모두가 몰살당할 것이라고 협박합니다. 덧붙여 비행기에 탑승한 공범이 모든 상황을 감시할 거라며 빌을 압박합니다. 빌은 즉각 지시를 거부하지만 괴한이 보낸 영상 속 가족을 지켜보며 결국 탑승객과 가족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절감합니다.


 

비행기 테러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입니다. 테러 액션물의 고전인 다이 하드의 비행기 버전 소설이라고 할까요? 비행승무원 출신 작가답게 T. J. 뉴먼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마치 눈으로 직접 지켜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빌의 가족을 납치한 괴한이 지상에서 협박을 가하는 한편, 정체불명의 공범은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에서 빌이 지시대로 움직이는지 감시하는 상황이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됩니다. 물론 이 최악의 사태를 조종실에 앉은 빌 혼자서 해결할 리는 만무합니다. 빌의 협력자들은 괴한들과 마찬가지로 지상과 비행기 안에서 어떻게든 참사를 막기 위해 분투합니다. 빌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 승무원 조가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의 동요를 막으며 동료들과 함께 괴한들에게 맞서고, 조의 조카이자 근신중인 FBI 요원 테오가 이모 조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상에서의 활약을 담당합니다.

 

지상과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가운데 딱히 새롭다고 할 만한 설정도 별로 없고 나름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대목들 역시 쉽게 예측 가능한 게 사실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한시도 쉴 틈 없이 독자를 숨 가쁘게 만들면서 갈수록 페이지 넘기는 속도에 가속을 붙이곤 합니다. 빌과 그의 협력자들, 그리고 인질로 붙잡힌 빌의 가족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산하며 적절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주조연들의 활약도 시종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99.99%의 확률로 주인공 빌이 협력자들의 도움을 통해 무사히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가족도 구해낼 거란 걸 알면서도 어떤 대목에선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걸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다소 뻔한 전개와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란 뜻입니다.

 

아무리 픽션이긴 해도 제주항공 참사 때문에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게 사실인데,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을 읽기가 주저되는 독자라면 조금은 시간이 흐른 뒤에라도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460여 페이지의 분량이지만 반나절 만에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감이 대단한 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팽팽한 긴장감과 짜릿함을 좋아하는 액션 스릴러 애독자에겐 더없이 구미가 당길 작품임에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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