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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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트영매탐정 조즈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원제는 ‘invert 城塚翡翠倒叙集’, 인버트 조즈카 히스이 도서집입니다. 처음부터 범행 장면은 물론 범인의 정체까지 드러내고 시작하는 도치서술(倒置敍述) 추리소설임을 제목에서부터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 세 편의 중단편이 수록돼있는데, 각 수록작의 범인들은 주도면밀한 계획을 통해 자신의 범행을 자살 혹은 사고사로 위장합니다. 경찰마저 범인의 의도에 완벽하게 말려든 상황에서 홀연히 모습을 나타내는 조즈카는 매번 다른 방법으로 범인에게 접근한 뒤 집요한 심문과 물증 찾기를 통해 각각의 죽음이 살인에 의한 것임을 입증합니다.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독자 입장에선 과연 조즈카가 범인이 달성한 완전범죄를 어떻게 깨부술지, 그 돌파구를 어디에서 찾아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식 탐정도, 경찰과 공식적인 관계도 아니지만 다양한 경위와 실적 덕분에 조즈카 히스이에게는 경시청이 다루는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일부 권한이 부여되어있습니다. 조즈카는 (경찰읕 통해 입수한) 현장 사진과 보고서만 보고도 사건의 정황과 범인의 정체를 직감합니다. 이후 그녀가 할 일은 자신의 심증을 입증해줄, 그리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완전범죄를 달성한 범인에게 접근한 조즈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이 영() 능력자임을 밝히는 것입니다. “당신 뒤에 누군가 서있다.”라든가 이곳에서 사람이 죽은 것 같다.”는 조즈카의 말을 들은 범인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 경악 그 자체지만, 이내 그녀의 추리가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걸 목격하곤 내심 무시하거나 비웃거나 안도하곤 합니다. 실제로 그들의 완전범죄엔 결점이라곤 거의 없어 보여서 조즈카는 매번 난관에 부딪히곤 합니다. 정황은 분명하고 심증도 확실하지만 범죄를 입증할 물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즈카는 누구도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사소한 단서나 용의자들이 무심코 내뱉은 별 의미 없는 진술을 통해 끝내 결정적인 추리를 이끌어냅니다. 완벽해보였던 살인이 실은 여기저기 허술한 실수투성이였음을 조즈카가 조목조목 짚어내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서평을 읽은 독자라면 조즈카의 진실 찾기 도구는 영 능력이나 영시(靈視)가 아니라 뛰어난 추리능력임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조즈카가 정말 영매탐정 맞나?”라는 궁금증이 생길 텐데, 실은 조즈카에 관해선 작가가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하게 묘사한 탓에 저 역시 그녀가 정말 영매탐정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조즈카의 비서이자 도우미로 함께 살아온 지와사키 마코토마저 그녀의 진짜 캐릭터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묘사돼서 독자의 궁금증을 더 증폭시킵니다.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언젠가 조즈카의 진짜 모습이 공개되겠지만, 지금까진 작가가 베일 전략을 구사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전작인 영매탐정 조즈카의 줄거리 요약 마지막 줄에 조즈카는 확실히 진짜 영매인 것으로 보임이라고 써놓은 걸 보면 그때도 헷갈렸던 게 분명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조즈카의 비서이자 도우미이며 경시청에 올릴 수사보고서 작성까지 떠맡은 마코토가 그 아쉬움을 적확하게 표현해줬습니다.

 

조즈카 히스이의 논리는 때때로 엉뚱해서 글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나 싶은 대목을 자주 맞닥뜨린다.” (p127)

 

말하자면 뛰어난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지나친 비약인버트에서도 종종 목격된다는 뜻입니다. 조즈카의 조사와 추리 중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들도 많지만, 영 능력에 버금가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면 알아낼 수 없는 지나친 비약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작가가 대놓고 보여준 단서마저 놓쳤다는 아둔한 독자로서의 한탄보다는 왠지 거부감이나 위화감과 함께 결과에 꿰맞춘 다소 무리한 변명이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들곤 했습니다. 특히 도치서술 미스터리에서 이런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선지 역시 쉽지 않은 장르라는 걸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버트가 일본에서 출간된 게 2021년이니 만 3년이 넘었습니다. 조즈카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서라도 신작 소식이 기다려지긴 하는데,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후속작은 (도치서술 미스터리가 아니라) 시리즈 첫 편인 영매탐정 조즈카처럼 영매 서사와 본격 미스터리가 잘 조합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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