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유튜버
하마구치 린타로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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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미야코 섬에 오래된 게스트하우스 유이마루가 있습니다. 10여 년 전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도쿄에서 분투하다가 결국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유고가 11살 딸 우미카를 홀로 키우며 운영하는 곳입니다. 술과 낙담으로 살아가던 유고는 어느 날 유튜브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뒤 신세계를 만난 듯 흥분합니다. 그리고 유명 유튜버가 되겠다고 선언하곤 갖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조금씩 구독자와 조회수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한심한 눈길로만 바라보던 우미카는 아빠가 유튜브를 통해 돈을 벌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깜짝 놀랍니다. 하지만 그 의욕이 지나쳐 점점 위험한 영상에 몰두하며 사고까지 일으키자 우미카는 큰 의문에 휩싸입니다. “아빠는 왜 그렇게 유명해지고 싶어 할까?”

 

유튜브라는 매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유일하게 찾아 봤던 영상이라곤 그림으론 이해하기 어려웠던 낚시 매듭법 영상뿐이라 이 작품의 제목만 봤을 때는 조금도 끌리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소개글을 읽다가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오키나와의 미야코 섬이 이 작품의 배경이란 걸 알게 됐고, 오로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제목에도 유튜버가 들어있고, 분명 유튜브가 중요한 소재이긴 하지만 정작 이 작품은 유튜버나 유튜브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혹시 저처럼 유튜브에 거부감이 있는 독자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데, 마지막엔 여러 번 울컥하는 느낌까지 만끽할 수 있어서 온기와 위로를 찾는 독자에겐 더없이 알맞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게스트하우스에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다분히 시골스러운 정경이 묘사되고 있지만 미야코 섬은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들어설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다만 유고와 우미카가 살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유이마루는 분주한 관광지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을 법한 외떨어지고 고즈넉한 이미지를 풍깁니다.

풍경에 비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꽤나 요란합니다. 특히 간절했던 코미디언의 꿈을 접고 부모가 물려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유고는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철없는 괴짜처럼 보입니다. 반면 그림을 좋아하고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11살 딸 우미카는 애어른 같은 캐릭터라 유고와는 다른 의미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입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유고가 유튜브라는 신세계를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무작정 유명해지고 싶다며 채널을 열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유고는 초반에는 꽤나 고전하지만 코미디언 지망생 특유의 기질을 살려 점차 구독자를 끌어들입니다. 문제는 돈도 충분히 벌게 됐고 나름 유명세도 타게 됐지만 유고의 폭주는 그칠 줄 모른다는 점입니다. 비싼 장비를 사들이는가 하면 위험천만한 행동을 영상에 담아 조회수를 올리는데 골몰합니다. 그러면서 전국 방송에 나가는 유명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거듭 밝힙니다.

우미카를 비롯한 게스트하우스 주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유고의 폭주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단 한 사람, 10여 년 전 도쿄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고타로만이 유고를 남몰래 응원합니다. 유고는 고타로와 단 둘이 있을 때면 10여 년 전 도쿄에서 꿈을 좇아 분투했던 일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 회상 장면이 현재의 이야기와 번갈아 등장하는데, 바로 그 회상 속에 현재 유고가 과격하게 폭주하는 이유가 숨어있고, 그 이유는 막판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함께 독자의 심금을 울리게 됩니다.

 

아빠는 유튜버는 꿈에 관한 이야기이자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0여 년 전 유고가 절친들과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던 이야기, 현재 최고의 유튜버가 되어 전국 방송에 나가기 위해 다시 한 번 유고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유이마루 사람들이 단단하고 따뜻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의외의 반전이 선사하는 눈물 폭탄까지 만끽할 수 있어서 늘 독한 장르물만 탐독하던 저에겐 무척 신선한 책읽기를 경험하게 해줬습니다.

원제를 그대로 살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독자의 눈길을 끌기 어려워 보이는 제목과 조금은 공을 들였으면 좋았을 표지가 아쉬웠는데(미야코 섬의 정경을 배경으로 유이마루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면?), 독자들의 입소문을 통해서라도 이 작품의 진가와 미덕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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