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의 도시 1 스토리콜렉터 2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월스트리트에서의 성공을 꿈꾸던 알렉스 존트하임은 35살의 나이에 유력 투자은행에 스카우트되어 M&A 팀장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막강한 재력가인 세르지오 비탈리의 연인이 된 뒤로 뉴욕 최상류층의 삶을 만끽하지만, 얼마 후 그 이면에 돈과 권력을 향한 무자비한 일들이 자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알렉스는 회의를 품곤 세르지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알렉스는 생명의 위협마저 받게 된다. 한편 검사 시절부터 세르지오와 오랜 악연을 이어온 닉 코스티디스 뉴욕 시장은 알렉스의 도움을 받아 세르지오의 범죄를 입증하려 하지만 오히려 치명적인 위기에 빠진다.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수정 후 인용했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넬레 노이하우스가 처음 쓴 장편소설은 (모든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뒤) 자비 출판을 통해 세상에 나온 상어의 도시입니다. 주인공 알렉스가 독일 국적의 여성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무대는 뉴욕이고, 사건 역시 정재계의 추악한 부정부패, 내부자 거래를 통한 부당이득, 사방에서 난무하는 테러와 살인 등 타우누스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품고 있습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광팬이다 보니 출간 직후 구매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너무 오래 방치한 끝에 이제야 상어의 도시를 읽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세 명의 인물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것은 물론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의 성공을 인생 목표로 삼은 알렉스는 10여 년의 노력 덕분에 유능한 M&A 전문가가 됩니다. 거기다가 재력가이자 카리스마와 매력을 겸비한 세르지오의 연인까지 되자 그녀는 앞으로 꽃길을 걸을 일만 남았다는 행복감에 도취됩니다.

50대 중반의 세르지오 비탈리는 맨해튼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자 정재계에 걸쳐 어마어마한 인맥을 과시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건실한 사업가이자 엄청난 기부 천사라는 외양과 달리 그의 부와 명예는 잔혹한 범죄를 토대로 구축된 것입니다.

역시 50대 중반인 닉 코스티디스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대쪽 같은 시장입니다. 검사 시절이던 20년 전부터 세르지오를 노려왔지만 번번이 체포에 실패했던 그는 뉴욕 시장이 된 지금도 세르지오를 눈여겨보고 있는 중입니다.

 

1~2권을 합쳐 8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매력적인 연인이자 재력가인 세르지오가 실은 온갖 악행을 통해 부와 명예를 축적해온 걸 알게 된 알렉스가 고군분투 끝에 코스티디스와 함께 그의 악행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이 단순한 구조 속에 권력층에 만연한 부정부패, 월스트리트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경제범죄, ‘대부를 연상시키는 잔혹한 테러와 살인 등 맛깔스런 스릴러 양념들과 함께 알렉스가 벌이는 여러 겹의 아슬아슬한 로맨스까지 쉴 새 없이 녹여 넣어 두툼한 분량 내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다만 평점에서 별 1개를 뺄 수밖에 없었던 건 (첫 장편소설에 대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의욕이 과했던 탓인지) 필요 이상의 상세한 묘사와 사족이 과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월스트리트의 경제범죄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그 피로도가 무척 높아서 1권 후반부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꽤나 지루하고 느슨한 책읽기를 피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전문분야라서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려 했던 것 같지만, 개인적으론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 사건이나 감정에 대한 묘사 역시 지나치게 공을 들인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선지 다 읽은 뒤엔 500~600페이지로 압축했더라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됐을 거란 아쉬움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오래 묵혀온 숙제를 겨우 끝낸 개운함과 아주 약간의 아쉬움을 품은 채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총평하자면, 분량이 좀 과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전형적인데다 상투적이기도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넬레 노이하우스 특유의 스피디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서사를 맛볼 수 있어서 그녀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 돼줄 것 같습니다.

사감을 담은 사족 하나만 덧붙이자면, 넬레 노이하우스가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는 와중에 남편 눈치를 보며 틈틈이 쓴 눈물 젖은 자비 출판 데뷔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다 보면 이런저런 아쉬움들은 얼마든지 용서하며(?)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