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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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집이나 시신이 발견된 집 등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집을 청소하는 일을 가리키는 특수청소는 소설이나 영상물의 소재로 여러 차례 활용될 정도로 독특하고 사연 많은 직업입니다. 특히 살인사건이나 고독사 등 죽음이 남긴 흔적들을 청소해야 할 경우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고 먼지를 털어내고 바닥을 닦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몸이 남긴 체액과 시취는 물론이거니와 죽은 자의 마지막 감정들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표 이오키베 와타루와 두 직원 시라이 히로시, 아키히로 가스미 등 세 명뿐이지만 특수청소업체 엔드 클리너는 나름 빠른 성장세를 달리는 중입니다. 그만큼 특수청소가 필요한 케이스들이 급증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전직 경시청 수사1과 형사인 대표 이오키베는 의뢰인은 물론 망자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배려심 깊은 태도로 일하면서도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현장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을 예리하게 포착해곤 합니다. 구직난에 시달리다가 어쩔 수 없이 엔드 클리너에 들어왔지만 1년 넘게 일하며 믿음직한 청소부가 된 히로시와 역시 비슷한 사정으로 입사한 신참 직원 가스미는 높은 기본급과 보너스 때문에 고된 일을 겨우 참아내긴 하지만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사명감 이상의 자세로 특수청소를 수행하는 인물들입니다.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각 가스미, 이오키베, 히로시가 돌아가며 한 챕터씩 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네 편 모두 고독사 혹은 사망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발견된 시신을 다루고 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답게 네 편 모두 크고 작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엔드 클리너의 멤버들은 고인이 남긴 유품이나 흔적을 통해 죽음 이면의 일들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거나 위화감을 느끼곤 합니다. 바닥에 적힌 저주 섞인 문구,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유품, 기구한 사연이 담긴 데모 음원, 비밀금고에 보관된 두 통의 유언장 등이 그것인데, 그것들을 접한 멤버들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진지한 태도로 미스터리를 풀고자 노력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고인을 애도하고 그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무당이 악령을 퇴치하고 승려가 망자의 넋을 달랜다면, 멤버들은 악취와 함께 고인의 갖가지 감정이 서린 집을 정화한다고 할까요?

 

수록작에 따라 사건성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미스터리가 더 강조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사연 많은 죽음을 수습하는 특수청소의 특별함과 멤버들의 사명감입니다. 더불어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과 함께 맛볼 수 있는 애틋한 여운 역시 이 작품의 장점이자 미덕입니다.

나카야마 시치리가 엔드 클리너의 다음 이야기를 계속 집필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두어 편 정도 시리즈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직 경시청 수사1과 형사인 대표 이오키베의 과거도 궁금하고, 신참인 가스미가 성장하는 모습도 더 지켜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수청소 이면의 특별하고 애틋한 사연들을 좀더 읽고 싶은 게 가장 큰 이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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