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영혼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포틀랜드 경찰서 강력반의 조슈아 브롤린은 FBI에서 훈련받은 프로파일러 능력을 발휘하여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한 덕분에 30대 초반에 수사 지휘권을 거머쥔 인물입니다. 포틀랜드 일대에서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수사는 답보상태이고 언론은 범인에게 포틀랜드 인간 백정이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경찰을 압박합니다. 그러던 중 브롤린은 과학수사팀의 도움을 받아 살해 현장을 특정할 수 있었고, 범인의 네 번째 범행을 가까스로 저지하며 감금돼있던 줄리에트 라파예트를 구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줄리에트는 심각한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1년 후 포틀랜드 인간 백정의 모방범이 나타나자 브롤린과 줄리에트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악의 영혼200226세의 막심 샤탕이 내놓은 악의 3부작가운데 첫 편입니다. 처음 읽은 건 대략 2007년 전후로 기억하는데, 인생 스릴러라고 생각하면서도 서평을 남기지 않은 것이 아쉬워서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젊은 여성을 납치 살해한 뒤 끔찍한 형태로 시신을 훼손하는 포틀랜드 인간 백정은 그 어느 잔혹한 스릴러 속 연쇄살인마와도 비교되지 않는 엽기적인 악마입니다. 하지만 그를 저지한 브롤린과 그에게 목숨을 잃을 뻔 한 줄리에트의 진정한 악몽은 사건 1년 후 포틀랜드 인간 백정을 완벽하게 모방한 또 다른 악마가 나타나면서 시작됩니다. 더구나 이번 범인은 경찰에게 보낸 은유로 가득 찬 편지를 통해 자신의 범행 또는 피해자의 위치를 알려주는데, 그 때문에 브롤린을 비롯한 포틀랜드 경찰은 범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 더욱 애를 먹습니다. 그런 와중에 피해자는 연이어 발생하고 브롤린과 줄리에트의 공포는 더욱 깊어집니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에 비해 사건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물론 브롤린과 경찰을 대혼란에 빠뜨리는 모방범의 범행 수법과 동기라든가 1년 만에 다시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줄리에트의 공포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브롤린의 분투 등 다양한 서사들이 이 방대한 분량을 지루할 틈 없이 채워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잖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조슈아 브롤린이 설파하는 프로파일링 기법과 살인자를 잡기 위해 살인자가 된다.”는 프로파일러의 특별한 수사법에 대한 묘사입니다. 살인 현장을 꼼꼼히 살펴본 브롤린이 범인의 특징과 윤곽에 대해 한 페이지 넘게 프로파일링을 하는가 하면, 결정적인 순간에는 스스로 범인이 되어 살해 상황을 상세히 재현해보다가 생각지도 못한 단서를 포착하기도 합니다. 프로파일러라는 개념이 더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보니 이 작품을 최근에 읽게 된 독자라면 이 대목들이 다소 지루하게 읽힐 수도 있는데, 제가 이 작품을 읽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무척 파격적이고 신기하게 여겨진 게 사실입니다.

 

대략의 줄거리조차 잊고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던 건 이보다 더 끔찍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듭됐던 잔혹한 묘사들입니다. ‘인간 백정과 모방범의 범행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차가운 해부대 위에서 진행되는 부검 장면 역시 마치 눈앞에서 지켜보는 듯 생생하고 상세하게 그려져서 어지간히 무딘 저조차도 수시로 불편함을 느낀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란 점 때문인지 디테일에 대한 찬사 못잖게 선정성에 기댄 서사라는 비난 어린 서평이 적잖았던 것도 기억나는데, 이에 대해서는 독자마다 조금씩 생각이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제가 손에 꼽을 수 있는 역대급 잔혹 작품임에는 분명하니 이런 스타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20년도 넘은 작품이지만 지금쯤 개정판이 나와도 괜찮을 정도로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도 높고 프로파일링에 대한 해박한 묘사도 수준급인 작품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워낙 많아서 초반부 정도의 줄거리만 소개했는데, 좀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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