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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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예 미스터리 작가들의 기발하고 독특한 작품들이 한국 독자들을 찾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통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편이라 기성 베테랑 작가들의 작품에 더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간혹 특별한 간식처럼 신예들의 개성 넘치고 독창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도 있습니다.

사카키바야시 메이의 ‘15초 후에 죽는다는 일단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고백하자면 “‘피해자가 죽기 직전의 15라는 상황 속에서 피해자와 범인의 독특한 공방을 그린 작품이라는 소개글을 보고 우선은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진 게 사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초라는, 다소 한계가 명백해 보이는 설정을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냈을지 한 번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모든 수록작이 피해자와 범인의 공방을 다룬 건 아닙니다. 또한 ‘15가 죽음까지 남은 시간을 의미하는 건 맞지만 각 수록작마다 서로 맛과 느낌이 다르게 설정돼서 대체로 엇비슷한 흐름의 미스터리가 아닐까, 라는 근거 없던 기우를 보기 좋게 날려버리기도 했습니다.

 

15

죽기 전 15초 동안 어떻게든 범인에게 복수하려는 주인공과 완전범죄를 이루기 위해 15초 동안 사력을 다하는 범인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옮긴이의 말의 표현대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특이한 재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 다음 충격적인 결말이

시청자 참여형 추리드라마의 마지막 회 엔딩 15초 사이에 여주인공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필 그 장면을 놓친 는 누나와 함께 드라마 첫 편부터 복기하며 여주인공의 죽음의 진상을 추리합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형식으로, 연이은 반전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불면증

심인성 난청을 앓고 있으며 매일 비슷한 꿈(15초 후에 교통사고가 일어나는)을 반복해서 꾸는 13세 소녀 마쓰리와 어딘가 비밀스럽고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그녀의 어머니 요우가 이끌어가는 슬프고 애잔한 호러풍 이야기입니다.

 

머리가 잘려도 죽지 않는 우리의 머리 없는 살인 사건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더라도 15초 이내에 붙이기만 하면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는 수탈(首脫)이라는 기괴한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축제날 밤에 벌어진 의문의 습격사건을 추리하는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죽음 직전의 15는 무척이나 다루기 힘든 설정이지만 사카키바야시 메이는 판타지, 액자소설, 본격 미스터리 등 다채로운 장르와 이야기 속에 그 설정들을 맛깔나게 잘 녹여 넣었습니다. 그야말로 신인의 패기가 아니라면 도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인데, 그 과감함에 정교한 설계까지 가미돼서 흥미진진하게 읽힌 작품입니다. 만점까지 주진 못했지만 색다른 미스터리를 맛보고 싶은 독자에겐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2021년에 출간됐으니 사카키바야시 메이의 두 번째 작품이 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 아직 일본에서도 출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어쩌면 난산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데뷔작에 버금가는 두 번째 작품으로 독자들을 찾아와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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