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마귀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서은경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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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SNS에 두 장의 끔찍한 사진이 업로드 된다. 하나는 그녀가 목이 졸려 죽어있는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목이 잘려나간 사진이었다. 벌써 세 번째 사건이었다. 모두 머리만 남긴 채 몸통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얼굴에는 할퀸 것 같은 다섯 줄의 상처가 남아있었다. 언론에서는 이 살인범을 갈까마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건을 맡은 스칼릿 형사는 단서 하나 찾지 못하던 중 범죄현장에서 불법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던 자칭 사립탐정 헨리와 만난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헨리가 첫 번째 살인의 트릭을 밝혀내면서 두 사람의 위험한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수정 후 인용했습니다.)

 

봉제인형 살인사건 시리즈의 다니엘 콜이 새로운 주인공 스칼릿 딜레이니를 내세워 런칭한 새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사실 4년 전쯤 봉제인형 살인사건에게 별 3개라는 낮은 평점을 준 탓에 이후 출간된 작품은 한 편도 읽지 않았는데,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출판사 소개글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읽게 됐습니다.

 

새 주인공 스칼릿 딜레이니는 꽤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20여 년 전 경찰에게 사살된 연쇄살인마의 딸이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은 동료들로부터 돌아버린 딜레이니혹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정신병자라고 뒷담화를 듣는 다혈질 형사입니다. 자신에게 노골적으로 비아냥을 퍼붓는 동료들에게 제대로 보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그들의 입을 다물어버리게 할 만큼 눈에 띄는 공적을 세우는 것임을 잘 아는 스칼릿은 잔인한 연쇄살인마 갈까마귀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합니다. 분명 정의감이 느껴지는 인물이긴 하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칼릿의 폭주 캐릭터는 초반부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불법적인 조사를 벌이다가 스칼릿에게 덜미가 잡힌 자칭 사립탐정이자 해결사 헨리 데블린은 첫 사건의 트릭을 밝혀냄으로써 스칼릿에게 첫 공적을 안겨주는 어딘가 수상쩍은 인물입니다. 그는 어딜 가도 눈에 띄는 외모와 그 이상의 젠틀함까지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은 면모까지 갖추고 있어서 마치 나쁜 주인공같은 냄새를 폴폴 풍기기도 합니다. 독자 입장에선 헨리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직감하고도 사건 해결 욕심에 그와의 공조 수사를 받아들인 스칼릿을 아슬아슬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새로운 커플 주인공의 탄생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이어질지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주인공이라 부를 만한 인물은 스칼릿의 파트너이자 멘토인 노장 프랭크 애쉬 형사입니다. 인연이 닿았다면 스칼릿의 양부가 될 수도 있었던 프랭크는 그녀가 경찰이 된 이후 늘 수호천사처럼 그녀 곁을 지켜온 인물입니다. 그런 프랭크가 스칼릿의 위험한 수사를 가장 먼저 감지한 것도, 또 자칫 스칼릿의 경찰로서의 경력을 망칠 수도 있는 수상한 인물 헨리를 가장 경계한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프랭크는 스칼릿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갈까마귀를 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분투하지만 상황은 그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몸통은 사라진 채 잘린 머리만 발견되는 연쇄살인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박한 평점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큰 건 포장은 그럴 듯했지만 내실은 빈약했던 캐릭터입니다. 주인공 스칼릿은 언행, 성격, 과거 등 극적인 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인연과 악연이 겹친 프랭크와의 오랜 관계도 마음을 움직일 만큼 설득력 있게 묘사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인물들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만큼 인물을 묘사하는 문장과 서사가 모두 얕아 보였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미스터리 자체가 재미없는 건 아니지만 어느 시점인가부터 평범하고 밋밋하게 전개된 점입니다. 인상적인 변곡점이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두어 군데밖에 없고 그 외에는 딱히 긴장감을 느낄 만한 대목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심지어 갈까마귀의 정체가 밝혀지는 지점에서도 이후의 이야기가 그다지 궁금해지지 않은 걸 보면 이 미스터리 자체가 저를 흥분시키지 못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다니엘 콜과는 잘 맞지 않는 저만의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오늘 기준으로 인터넷서점의 평점을 보니 알라딘은 76.9%, 예스2480%의 독자가 별 5개를 줬습니다. 아무래도 제 취향과 맞지 않을 뿐 다른 독자들에겐 충분히 어필한 작품으로 보이는데 아직 읽지 않은 독자라면 다른 분들의 서평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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