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의 참극 - JM 북스
도오사카 야에 지음, 김현화 옮김 / 제우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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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의 명문 도오고교에는 극과 극의 쌍둥이 자매가 재학 중입니다.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지만 성적은 바닥권인 후지미야 미야와 평범한 외모를 갖고 있지만 성적은 전국 톱클래스권인 사야가 그들입니다. 미야와 사야의 어머니가 꽤 극성스럽다는 소문은 동급생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상은 극성을 훨씬 뛰어넘는 가혹한 통제와 압력이 쌍둥이 자매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편 폐교사의 교실을 근거지로 연실 연구회라는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학생과 교사의 의뢰를 받아 비밀리에 해결해주는 심부름센터활동을 하고 있는 2학년생 다키 렌지와 우즈키 레이치는 서로 다른 이유로 의뢰를 해온 미야와 사야의 일을 돕던 중 끔찍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맙니다.

 

인형의 집의 참극2022년 제25회 보일드 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미스터리에 특화된 상은 아니지만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폭넓은 의미의 장르물을 대상으로 삼은 듯 해서 일단 눈길이 끌렸습니다. (제가 읽은 같은 상 수상작은 코믹+첩보+로맨스물이라 할 수 있는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도쿠나가 케이)가 유일합니다. 그 외에 판타지 로맨스로 분류되는 가모가와 호루모‘(마키메 마나부)가 출간됐습니다.)

 

서평을 쓰기 전에 출판사가 공개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무척 난감해지고 말았는데, ‘인형의 집의 참극이란 제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건이나 끔찍한 사건이란 표현만 있을 뿐 정작 살인이란 말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당연히 누가 살해당했는지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피살자를 공개하는 게 스포일러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우니 다소 인상비평에 가까운 서평이 되더라도 피살자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은 도오고교 2학년생 다키 렌지와 우즈키 레이치입니다. 체격도 성격도 전혀 다르지만 교내 심부름센터라는 특이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두 사람은 쌍둥이 자매와의 인연으로 인해 사건에 휘말립니다. 친할머니가 영국인이며 무난한 성격에 10대다운 순수함을 지닌 렌지가 쌍둥이 중 하나인 사야에 대한 걱정과 우정 때문에 사건에 뛰어들었다면, 냉정하면서도 때로 4차원 캐릭터를 보여주는 레이치는 말 그대로 집요한 탐정의 자세로 쌍둥이 자매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을 조사합니다.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 대부분이 10대인 고교 2학년생들이라 인형의 집에서 참극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마치 청춘 로맨스물 같은 흐름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어머니에 의해 가혹하게 통제당하는 것은 물론 서로를 깔보거나 원망하며 악연을 이어가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가 병행되면서 세 모녀가 사는 인형의 집은 점차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 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참극 이후 렌지와 레이치의 조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명탐정이 추리하고 해결한다!’라는 본격 미스터리 서사로 급전환됩니다.

미스터리 해결에서 주역을 맡은 레이치는 대수롭지 않게 보였던 사소한 단서들을 끌어 모은 뒤 날카롭지만 살짝 비약에 가까운 추리로 진상을 파악하는 반면, 렌지는 감성에 의지한 수사로 레이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웁니다. 서로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희한하게 궁합이 잘 맞는 콤비라고 할까요?

 

‘10대 고교생 탐정물은 개인적인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인형의 집의 참극10대 청춘물과 살인 미스터리 서사가 잘 조합된 작품이라 거부감 없이 잘 읽혔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렌지와 레이치는 나름 흥미로운 명탐정 콤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시리즈화가 결정되어 20239월 후속편(‘괴물과 요람’)이 나왔다고 하니 어쩌면 한국 독자들도 두 사람의 활약을 좀더 지켜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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