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에게 잊혀진 시체 보관 기록 쿤룬 삼부곡 3
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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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 지침서’, 2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에 이은 쿤룬 3부곡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1편이 무차별 살인집단 잭(Jack)의 조직원들에게 피의 복수를 펼치는 미소년 스녠의 이야기였다면 2편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가 살인괴물이 돼버린 장페이야의 이야기였는데, 3편은 이전까지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이 총출연하여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3편의 핵심 서사는 그동안 스녠에게 속수무책으로 사냥 당하던 살인집단 잭이 드디어 스녠의 정보를 입수하곤 반격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반격의 여파는 스녠뿐 아니라 이 시리즈의 주요 인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말 그대로 피의 광풍을 일으킵니다. 앞선 1~2편보다 더 많은 시신들이 등장하고 더 잔혹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더불어 2편에서 살인괴물로 변신한 장페이야가 종적을 감춘 연인 촨한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 기억을 잃은 채 신입 시체 수거업자가 된 한 남자가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 때문에 혼란을 겪다가 끝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게 되는 이야기 등 시리즈 대미에 걸맞은 살인마 스릴러가 실려 있습니다.

 

쿤룬 3부곡의 살인마 서사 자체는 무척 비현실적입니다. 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를 숭배하며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잭이라는 조직도,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밤낮없이 조직원을 색출해 살해하는 스녠도,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가 하루아침에 살인괴물로 진화하는 장페이야도, 또 순전히 재미와 쾌감을 위해 음모를 꾸미고 살인을 조장하는 주요 조연들도 판타지에 가까운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 비현실감을 거의 느끼기 어려운데, 그것은 아마도 각 인물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가 묘하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들에게 부여된 결코 충족되지 않는 복수심은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잭의 조직원에게 누나를 잃은 스녠과 살인마에게 아버지를 잃은 뒤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됐던 장페이야는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독자를 응원군으로 얻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감도 없고, 잔인한 장면들이 거듭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게 어디 있어?”라는 자문 없이 마지막 장까지 단번에 달릴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설정 덕분이란 생각입니다.

 

거의 순도 100%의 오락성 스릴러라고 할 수 있지만, ‘충족되지 않는 복수심이 주요 코드라서 그런지 결코 사이다처럼 읽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겁고 어두운 여운을 남긴다고 할 수 있는데, 시리즈는 마무리됐지만 살아남은 인물들이 앞으로 마주해야 할 날들이 지금보다 괜찮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손에 묻은 피는 지울 수 있겠지만, 마음속의 지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다만 피의 복수를 거듭하면서도 종종 소박하고 따뜻한 행복을 그리워하던 스녠의 소망만큼은 조금이라도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습니다.

 

1~2편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줄거리를 언급할 수 없다 보니 시리즈 전체에 대한 인상 비평이 되고 말았습니다. ‘잔혹한 살인마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더없이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지만, 그 수위가 좀 높은 편이라 이야기와 관계없이 거부감을 갖는 독자도 적지 않을 거란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론 시리즈가 종료된 게 좀 아쉽긴 하지만, 동시에 쿤룬이 어떤 이야기를 들고 다시 독자를 찾을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3부곡이 완결된 게 2018년이니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셈인데, 조만간 그의 신작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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