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 프럼 더 우즈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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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을 당하던 여학생 나오미가 사라지자 같은 반의 매슈는 형사사건 전문변호사인 할머니 헤스터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헤스터는 매슈의 대부인 와일드에게 나오미를 찾아줄 것을 부탁합니다. 의외의 장소에서 나오미를 찾아내긴 하지만 얼마 후 다시 사라진데다 이번에는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자 와일드는 초조해집니다. 와일드는 나오미를 괴롭히던 일당의 우두머리 크래시에게 나오미의 행방을 물으며 거칠게 몰아세우지만 그 직후 크래시마저 실종되자 당황합니다. 더구나 경호원까지 내세워 자신을 압박하던 크래시의 부모가 헤스터와 자신을 초대하자 크게 놀랍니다. 헤스터와 함께 크래시 부모의 저택을 찾은 와일드는 크래시의 목숨을 담보로 요구조건을 내건 범인들의 이메일을 보곤 더 이상 실종이나 가출이 아닌 납치사건임을 깨닫습니다.

 

보이 프럼 더 우즈는 할런 코벤의 와일드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주인공 와일드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30여 년 전 숲에서 야생 상태로 발견됐을 당시 6~8살로 추정됐던 와일드는 자신에 대한 기억 자체가 전혀 없었습니다. 숲에 살면서 유일하게 소통했던 인간은 형사사건 전문변호사 헤스터의 막내아들 데이비드뿐이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와일드는 헤스터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됐고, 이후 위탁가정에서 제대로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유일한 친구였던 데이비드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의 아들이자 자신의 대자(代子)인 매슈, 그리고 데이비드의 아내 라일라를 각별히 살피기도 합니다. 학업과 운동 등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특수부대원으로 파병된 경험까지 있지만 와일드는 여전히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는 숲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에코캡슐이라는 일종의 캠핑카에서 홀로 살아갈 뿐입니다.

 

와일드에게 주어진 미션은 실종된 여학생 나오미 찾기로 시작되지만, 얼마 후 나오미를 괴롭히던 부잣집 아들 크래시까지 실종되면서 예상치 못한 형태로 확대됩니다. 몇몇 정황 상 나오미와 크래시가 동반가출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고, 이내 크래시를 인질로 삼은 범인들의 협박 이메일이 도착하면서 와일드는 이제 납치범들과의 전쟁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할런 코벤이 즐겨 사용하는 실종으로 시작됐다가 납치극으로 이어지긴 해도 이 내용이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출판사 소개글대로 음모와 비밀을 넘어 학원폭력, SNS 등 인터넷 문화의 어두운 뒷면, 인종차별, 미디어와 정치의 부패로까지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꽤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가정폭력과 오래 전 살인사건의 진실 등 여러 가지 소재가 가미되기도 했고 그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해서 단 몇 줄로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다채로움이 개인적으론 이 작품의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느껴졌습니다. 시리즈 첫 편이라 이것저것 설명할 정보가 많아서 산만하기도 했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제각각 흘러가다가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곤 하는 코벤 특유의 서사와 달리 여러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보일 정도로) 각자의 흐름을 갖고 있는 탓에 전체적으로 머릿속에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독자에 따라 이런 전개와 구성을 반길 수도 있으니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다른 서평들도 꼭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와일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보이 인 더 하우스로 이미 한국에 출간돼있습니다. 당장 찾아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떡밥 때문에 와일드의 이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할런 코벤의 몇몇 작품에서 감초 같은 조연으로 활약하다가 이 시리즈에서 중심인물로 등장한 헤스터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입니다. 이야기는 다소 아쉬웠지만 두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읽기였습니다. 후속작에서도 매력적인 두 주인공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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