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대관람차 버티고 시리즈
유우야 토시오 지음, 김진환 옮김 / 오픈하우스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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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정오, 전통 깊은 놀이공원 드림랜드에 설치된 대관람차 드림아이가 갑자기 멈춰섭니다. 그리고 그 직후 꼭대기에 있던 관람차 한 대가 지상으로 추락하며 폭발합니다. 스스로를 난쟁이라고 칭한 범인은 어린 딸과 함께 곤돌라에 갇힌 전직 형사 나카야마 히데오를 교섭자로 지목하곤 자신의 요구사항을 경찰에 전달할 것을 지시합니다. 얼마 후 나카야마는 이 희대의 인질극이 5년 전 미해결 사건으로 마무리된 한 소녀의 처참한 죽음과 관련 있음을 깨닫습니다. 한편 지상에서 수사를 지휘하게 된 경시청 수사1과 카이자키는 오랜 악연으로 얽힌 경찰학교 동기 나카야마와 뜻밖의 상황에서 재회하게 되자 미묘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어쩌면 그를 영원히 파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음울하면서도 한없이 애틋해보여서 단번에 눈길을 잡아끈 표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 건 그동안 로버트 크레이스, 리 차일드, 이언 랜킨 등 영미권 작가의 스릴러만 출간해온 오픈하우스의 버티고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일본 미스터리인데다 그것도 신인작가의 데뷔작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면에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만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사건 자체도 흥미로운데다 적잖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 사이에 이리저리 엉킨 복잡한 감정들이 사건 이면에 자리 잡고 있어서 누가,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가?” 이상의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또한 5년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참혹한 소녀 살해사건이 이번 인질극의 배후에 있는 게 분명하지만 곤돌라에 갇힌 나카야마도, 현장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카이자키도 그 관련성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탓에 독자의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하더라도 탈출할 방법이 없는 곳을 범행 현장으로 삼은데다 마치 쾌락범에 의한 극장형 범죄를 추구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거액의 돈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혼선을 거듭하는 난쟁이의 범행동기와 최종 목표가 미스터리의 핵심이지만, 독자의 눈길을 더 끄는 건 수사의 두 주체인 나카야마와 카이자키의 과거와 현재에 걸친 악연입니다. 경찰학교 시절 정의를 논하며 함께 미래를 그렸지만, 나카야마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지역파출소 근무에 만족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시 한 반면 카이자키는 출세욕을 감추지 않으며 경시청 수사1과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갈라섰던 두 사람은 5년 전 소녀 살해사건을 기점으로 완전히 등을 돌렸고, 당시 미결로 처리된 사건의 그림자가 드리운 대관람차 인질극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했습니다. 서로를 난쟁이의 공범으로 의심하면서도 함께 난쟁이를 추적해야 하는 기묘한 처지로 말입니다. 이들의 팽팽한 심리전은 미스터리 못잖게 이 작품의 핵심 서사입니다.

 

만점을 주지 못하고 별 1개를 뺀 이유는 세 가지인데, 하나는 일부 인물들의 행동에 현실감이 결여됐거나 설명이 부족하거나 다소 비약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서평을 쓰기 전에 줄거리를 정리하다 보니 이런 부자연스러운 점들이 더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물론 제가 놓친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나카야마와 카이자키 입으로 설파되곤 하는 주제의식 혹은 가치관입니다. 필요하긴 했지만 좀 과해 보였다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범인의 정체와 범행동기가 범행수법과 조금은 따로 노는 듯 보인 점입니다.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을까?”라는 의문은 서평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몇몇 아쉬움은 있었지만 신인답지 않은 정교한 설계와 풍성한 서사는 후속작을 기대해도 좋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버티고 시리즈가 첫 일본 미스터리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 데뷔작을 뛰어넘는 유우야 토시오의 두 번째 작품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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