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메이드
프리다 맥파든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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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10년을 복역한 뒤 가석방된 밀리는 전과 사실을 숨긴 채 윈체스터 집안의 저택에 가사도우미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다정한 미소로 자신을 채용했던 안주인 니나가 갑자기 냉랭한 태도와 함께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하자 밀리는 혼란에 빠집니다. 더구나 주변사람들로부터 니나의 정신병원 입원 내력은 물론 어린 딸을 해치려 했다는 말까지 들은 뒤론 겁에 질리기까지 합니다. 그런 밀리에게 유일한 위안은 니나의 남편 앤드류의 친절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앤드류가 왜 니나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던 밀리는 어느 새 자신이 점점 앤드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곤 크게 놀랍니다.

 

한때 범람했던 도메스틱 스릴러에 질려 잠시 멀리하고 있던 터라 신간소식에서 하우스메이드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보류목록에 넣어뒀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프리다 맥파든의 핸디맨을 읽곤 마음을 고쳐먹게 됐습니다. 고백하자면, 일단 100페이지까지만 읽어보고 접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첫 페이지를 펼쳤는데, 의외로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게 됐습니다.

 

도메스틱 스릴러의 전형적인 특징들이 작품 전반에 깔려있긴 하지만 하우스메이드는 군살 없이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때문에 큰 거슬림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가석방 후 궁핍한 생활을 타개하기 위해 전과를 숨긴 채 저택의 가사도우미로 들어간 밀리,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인 감정 변화를 보이며 밀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안주인 니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스펙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에 걸린 아내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앤드류 등 비밀과 거짓말로 포장된 듯한 불온한 분위기를 내뿜는 세 주인공의 행보는 시종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거기에다 밀리가 저택에 온 첫날, 속삭이듯 위험이라는 말을 건넨 이탈리아인 정원사 엔조, 니나의 정신병력을 공공연하게 들먹이며 거침없이 그녀를 비난하는 이웃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밖에서만 문을 잠글 수 있는 3층의 좁은 다락방의 냉기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설정들도 눈길을 끄는 부분들입니다.

 

모두 3부로 구성돼있는데, 2부 시작과 함께 이 작품의 큰 반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내용들은 서평에서 공개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도메스틱 스릴러에서 몇 번 본 적 있는 설정이라 그리 놀랍진 않지만, 그래도 꽤 묵직한 힘을 가진 반전인데다 세 주인공 모두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나름 쾌감을 맛볼 수 있는 클라이맥스도 좋았고, 소소한 짜릿함이 느껴지는 에필로그도 매력적입니다. 심리묘사에 치중하거나 느리고 지루한 전개로 맥 빠지게 만드는 평범한 도메스틱 스릴러와는 달리 간단명료한 서사가 장점인 작품이라고 할까요?

 

올해 출간된 프리다 맥파든의 두 작품 - ‘핸디맨’, ‘하우스메이드’ - 은 각각 연쇄살인 스릴러와 도메스틱 스릴러로 장르가 확연히 구분되지만, 읽기 쉽고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뇌손상 전문의이자 소설가인 그녀의 작품이 얼마나 더 한국에 소개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관심작가 목록에 올려놔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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