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킴 스톤 시리즈 3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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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인 9세 소녀 두 명이 문화센터에서 납치당합니다. 13개월 전 벌어졌던 사건과 판박이라 경찰은 당황합니다. 당시 한 명의 소녀만 살아 돌아왔고 다른 소녀는 생사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미제사건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건을 조사 중이던 킴 스톤은 피해 가족 중 한 명이 자신을 담당수사관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에 크게 놀랍니다. 더구나 요청한 사람이 어릴 적 위탁가정에서 함께 지냈으며 극도로 혐오했던 캐런이란 사실에 킴은 당황합니다. 결국 팀원들과 함께 수사에 나선 킴은 이 사건이 모방범죄가 아니라 13개월 전 사건의 범인들의 소행이라고 확신합니다. 더 높은 몸값을 제시하는 가족의 아이만 살려주겠다는 범인의 문자 때문입니다. 가족 간에도 특별한 친분이 있었던 두 소녀의 가족은 극도의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이른바 걸 크러쉬 형사인 킴 스톤의 캐릭터는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앞서 두 작품의 서평에도 썼지만 제로에 가까운 사교술, 휘발된 감정과 공감능력, 상대는 안중에도 없는 거친 태도, 조직의 논리나 정치적 맥락 따위는 무시하고 오롯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길만 걷는 타고난 반골인 킴의 거침없는 행보는 사이다 이상의 짜릿한 쾌감을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띠 동갑 연상인 남성을 부하로 둘 정도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게 만든 그녀만의 뛰어난 수사능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그런 폭주가 가능했던 것이고, 비록 시기와 질투가 뒤섞이긴 했어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킴은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유능한 경찰이 됐습니다.

 

그런 킴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있는데, 어린 시절 비극적으로 가족이 해체된 이후 위탁가정을 몇 군데나 전전하며 얻은 끔찍한 상처들이 그것입니다. 어떻게든 과거를 망각의 상자 속에 가두며 살아왔던 킴이기에 두 소녀의 납치사건은 여러 면에서 킴에게 큰 충격을 가합니다. 하나는 납치된 한 소녀의 어머니이자 킴을 담당수사관으로 요청한 캐런이 과거 같은 위탁가정에서 트러블을 겪었던 인물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납치된 두 소녀가 어릴 적 끔찍한 비극을 겪었던 자신과 남동생 마이키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과거에 한쪽 발을 담근 채 수사를 진행하게 된 킴은 어떻게든 두 소녀를 안전하게 데려올 것을 다짐합니다. 만일 누구 하나라도 범인의 의도대로 죽는다면 그건 과거 못잖은 큰 트라우마가 되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릴 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이중납치극이라는 단선적인 사건 설정에도 불구하고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은 조금도 지루할 틈 없이 엄청 빠른 속도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더 높은 몸값을 제시한 가족의 소녀만 살려주겠다는 범인의 잔인한 경매에 맞선 킴과 팀원들의 분투가 가장 눈길을 끌지만,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절친했던 가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두 가족의 갈등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고, 경찰과 피해 가족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희롱하는 것은 물론 납치된 소녀들을 위협하는 범인들의 잔혹한 행태 역시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전작인 악마의 게임’(구판 상처, 비디오, 사이코 게임’)이 킴과 소시오패스 정신과 의사의 1:1 대결에 치중하느라 다른 팀원들의 활약을 덜 보여줘서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말 그대로 팀플레이를 통해 범인과 맞서고 있는데다 킴의 감정적 폭주도 최고조에 달해서 주저하지 않고 별 5개를 매겼습니다. “킴 스톤의 인간적인 모습과 그녀의 뛰어난 능력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에도 100%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시리즈 세 편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다 보니 작가의 개성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점 - 막판의 불친절함과 다소 비약에 가까운 킴의 추리 은 개인적으론 무척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독자에 따라 생각이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비록 한국에는 이제 세 편의 작품만 소개됐을 뿐이지만, 작가의 홈페이지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20편까지 출간(예정)된 상태입니다. 작가의 왕성한 필력도 놀랍지만 이 많은 작품들이 언제쯤 한국에 모두 소개될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라진 소녀들2년 만에 나온 신작이긴 하지만 다음 작품은 좀더 빠른 시일 내에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서평을 쓴 게 지난주인데, 그 사이에 시리즈 네 번째 작품 죽음의 연극이 출간됐네요.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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