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0분의 남자 스토리콜렉터 10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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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특수부대 제75레인저연대의 유능한 장교였으나 동료의 죽음으로 인해 제대를 선택한 트래비스 디바인. 월가의 신참 애널리스트로서 투자회사 카울앤드컴리에 근무하며 매일 아침 620분 열차를 타고 출근하던 그에게 발신자 불명의 이메일 한 통이 날아든다. “여자가 죽었어.” 실제로 직장 동료이자 헤어진 연인이 자살한 채 발견되고 디바인은 경찰의 의심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디바인 주위에서 연이어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점. 그런 그에게 전직 장성인 의문의 남자가 접근해오고, 그는 군 시절의 디바인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카울앤드컴리사에 대한 내밀한 조사에 협조할 것을 강요한다. 디바인은 졸지에 정부기관의 비공식 비밀요원이 되어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와 관련된 거대한 음모를 밝혀야 할 입장에 처하고 만다.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수정 후 인용했습니다.)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2020진실에 갇힌 남자를 끝으로 3년 동안 소식이 없어 궁금해 하던 차에 북로드에서 데이비드 발다치의 신작을 출간해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특히 스탠드얼론이 아니라 미국에서 ‘6:20 Man series’라 이름 붙은 새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 더 기대가 됐는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이머스 데커에 맞먹는 매력을 지닌 주인공 트래비스 디바인은 데뷔 무대부터 압도적인 육체의 강력함과 명석한 지능’, ‘폭죽처럼 폭발하는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540여 페이지의 두툼한 분량에 적잖은 등장인물, 서로 연관이 있는지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두 개의 사건 - 연쇄살인과 국가안보의 위기 - ‘620분의 남자는 출판사 소개글대로 겹겹의 층위를 쌓은 다층구조의 플롯을 지닌 작품입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굴지의 투자회사 카울앤드컴리의 가공할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에서 그쳤다면 이 작품은 평범한 스릴러에 그치고 말았겠지만, 데이비드 발다치는 범인도 동기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참혹한 연쇄살인사건을 잘 결합시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꾸며냈습니다. 밀접하게 연관된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별개인 것 같기도 한 두 개의 사건은 디바인은 물론 독자의 머리를 무척이나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막판에 밝혀진 의외의 진실은 데이비드 발다치의 설계와 구성이 얼마나 정교하고 빈틈없이 이뤄졌는지를 제대로 실감하게 해줍니다.

 

이 작품의 미덕 중 하나는 곳곳에 배치된 매력적인 조연들인데, 우선 디바인이 머무는 타운하우스의 능력자동거인들은 각각 러시아 출신의 화이트 해커, 변호사 시험을 준비 중인 법대 졸업생, 유망한 스타트업을 이끄는 MIT 출신 재원으로 디바인의 수사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그 정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620분 열차를 타고 출근할 때마다 디바인이 지켜보곤 했던 대저택의 비키니미셸은 예상치 못한 행보를 거듭하여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인물입니다. 대형 스포일러까지는 아니어도 미리 알면 그 재미가 반감되는 인물이라 더 이상 언급은 어렵지만 이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존재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전직 특수부대 장교답게 디바인은 수차례에 걸쳐 위험천만하면서도 카타르시스 만점의 액션 장면을 소화해냅니다. MBA 출신의 명석한 지능까지 겸비한 그의 화려한 액션은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특별한 매력인데, 덕분에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를 더욱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에 갇힌 에이머스 데커와 마찬가지로 불행한 가족사와 함께 특수부대의 마지막 날들을 악몽으로 간직하고 있는 디바인의 큰 상처 역시 그의 미래를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결코 완치될 수는 없겠지만 그 상처들을 짊어진 채 점점 더 성장해나갈 디바인을 응원하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시리즈 2편인 ‘The Edge(2023)’까지 출간된 상태입니다. 빠르면 내년쯤엔 만나볼 수 있을 듯 한데, 우선은 곧 한국에 출간될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 사선을 걷는 남자를 읽으며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큰 미션을 마친 디바인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어떤 고비를 맞이할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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