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스토리콜렉터 105
엘러리 로이드 지음, 송은혜 옮김 / 북로드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 수입 10억에 1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인스타맘 에미의 삶은 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허구입니다. 하지만 에이전트까지 두고 치밀한 계획 하에 인플루언서가 된 에미는 그 허구 속에서 행복할 뿐입니다. 그녀의 주제는 육아이며 콘셉트는 완벽하게 불완전한 엄마’, ‘실수하고 고뇌하는 초보엄마입니다. 영국의 맘들은 퍼펙트 맘보다는 실수투성이지만 어떻게든 육아의 미션을 이뤄내는 에미의 모습에 더 열광합니다. 한편 8년째 새 소설을 못 내놓고 있는 에미의 남편 댄은 아내의 모든 말을 개소리로 여기면서도 그녀의 인스타그램 활동을 돕습니다. 에미 없이는 지금의 생활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4살 딸 코코가 잠시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집에 도둑이 든 뒤로 에미와 댄의 삶은 뒤흔들리기 시작합니다.

 

SNS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여러 편 읽었지만 라이크 팔로우 리벤지인스타그램보다 매혹적이고 중독성 있는 인스타그램 누아르’”라는 홍보카피에 잘 어울리게 교과서적이면서도 정공법을 구사한 작품이라 무척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어떤 식으로 팔로어를 관리하는지, 협찬과 광고를 어떻게 끌어들여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지 등을 상세히 묘사하는 것은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생활을 노출한 대가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부와 인기를 한 손에 쥐었던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몰락할 수 있는지 등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에미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채 그 주위를 맴돌며 복수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익명의 범인을 등장시켜 스릴로서의 재미도 가미합니다. 에미 때문에 가족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범인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통해 에미의 집을 알아내고 그녀의 가족들을 미행하는 것은 물론 범행을 저지를 때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준비하는 치밀함을 드러내지만 사악함보다는 어딘가 연민을 자아내기도 해서 막판에 어떤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낼지 무척 궁금하게 만듭니다.

 

도메스틱 심리스릴러로 분류돼도 좋을 만큼 이야기는 에미와 댄의 화려하지만 균열 투성이인 일상과 늘 불안에 휩싸여있는 심리에 치중합니다. 어린 남매를 키우며 겪는 육아의 고통, 그 고통을 역으로 이용하여 인플루언서로 맹활약하는 에미의 폭주, 무능한데다 매사에 에미의 확고하고 논리적인 태도에 끌려가기만 하는 댄의 무력함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런 서사는 사실감과 긴장감을 높이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일상에 관한 동어반복이자 지나치게 친절하고 상세한 묘사이기도 해서 다소 느슨하고 지루하게 읽히게 만드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별 1개를 뺀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로서의 에미의 삶은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익명의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시키며 좋아요를 이끌어내고 댓글 개수에 집착하게 되는 SNS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저처럼 책 사진 외에는 아무 것도 볼 게 없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이라면 모르겠지만, 가족사진이나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추정할 수 있는 콘텐츠를 올린 계정을 갖고 있다면 에미의 사례를 남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