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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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분야의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두 명의 천재, 로버트 헌터와 루시엔 폴터. 룸메이트이자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며 라이벌로서 함께 수학했던 두 사람은 세월이 흐른 뒤에 적이 되어 재회한다. 한 명은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의 강력계 형사로, 또 한 명은 역사상 가장 위험한 연쇄살인범으로. 그러나 헌터와의 맞대결에서 패배해 3년 반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루시엔은 자신의 오랜 복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잔혹한 살인과 함께 세상으로 탈주한다. 그리고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볼모로 다시 한 번, 자기가 설계한 살인 게임에 헌터를 끌어들이는데... (출판사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악의 사냥2022년에 출간된 악의 심장의 후속편으로, 희대의 연쇄살인마인 루시엔 폴터가 3년 반 만에 탈옥한 뒤 저지르는 끔찍한 연쇄살인과 그를 쫓는 LAPD 특수강력범죄수사대 로버트 헌터의 고통스런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대학시절부터의 두 사람의 오랜 악연은 악의 사냥에서도 꽤 상세히 소개되고 있지만, 이 작품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전작인 악의 심장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악의 사냥은 두 사람 사이의 개인적인 대결, 즉 헌터를 겨냥한 루시엔의 복수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예전의 사연을 모르면 아무래도 제 맛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순서를 뒤바꿔 읽어도 괜찮긴 합니다. 그럴 경우 악의 심장은 프리퀄이 되겠죠.)

 

루시엔은 지금까지 픽션에서 접한 그 어떤 연쇄살인마와도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역대급 사이코패스입니다.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일반 사이코패스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 우선 족히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그의 희생자들은 모두 다른 방법으로 살해된 탓에 3년 반 전 루시엔이 우연한 사고로 체포되기까지 그 어느 수사기관도 그가 저지른 수많은 살인 가운데 동일범의 소행으로 여긴 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또한 희생자를 고르는 단계부터 범행 실행과정은 물론 범행 후에 느낀 감정들까지 꼼꼼하게 기록해놓은 53권의 백과사전은 그가 체포된 뒤 FBI의 필수교재가 될 정도로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악마의 경전입니다.

 

나는 학자야.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사이코패스야 그들의 수법, 속임수, 사고방식, 행동... 모든 걸 연구해. (중략) 나는 죽이고 싶어서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통제 불가한 내적 충동에 이끌리는 법이 없어. , 내 행동의 모든 게 계획적이라는 뜻이지.” (p268)

 

루시엔에 맞서는 LAPD 특수강력범죄수사대 로버트 헌터는 월반을 거듭한 끝에 16살에 대학에 들어갔고 그가 23살에 쓴 박사학위 논문은 FBI의 필독서가 될 정도로 뛰어난 범죄심리 전문가입니다. FBI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LAPD의 강력계에서 일해 온 그는 특별히 잔혹하고 가학적인 살인사건과 연쇄살인의 수사를 위해 LAPD가 창설한 특수강력범죄수사대의 팀장에 올랐는데, 바로 그 시점에 20여 년 전 대학에서 악연을 맺은 루시엔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리고 3년 반 전 가까스로 그를 체포해 영어의 몸이 되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악의 사냥3년 반 만에 탈옥에 성공한 루시엔이 헌터를 상대로 벌이는 게임이자 복수극을 그립니다. 루시엔은 철저한 계획에 의거하여 그가 지금까지 시도한 적 없는 엄청난 살육극을 벌이는 것과 함께 헌터를 돌아올 수 없는 지옥으로 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만일 루시엔의 목표가 헌터를 죽이는 것이라면 진작 수백 번은 죽이고도 남았겠지만, 그는 고도의 범죄심리 전문가답게 헌터를 죽이지 않고도 죽이는방법을 택합니다. “영혼을 비운 다음 오로지 고통으로만 그 빈 곳을 다시 채우는, 즉 가장 사랑하는 것을 빼앗는방식으로 헌터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갑니다.

 

내 계획은 네 삶과 항상 함께할 죄책감을 네 안에 불어넣는 거였어. 내면에서부터 너를 집어삼킬 죄책감, 네가 절대 없앨 수 없고 죽는 날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죄책감.” (p468)

 

악의 심장이 쉴 틈 없이 벌어지는 잔혹한 연쇄살인 때문에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악의 사냥은 고도의 심리전에 어울리는 비교적 느리고 완만한 서사를 통해 으스스한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가끔 뭘 이런 것까지 이렇게 상세하게 묘사하나?”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다 읽고 돌이켜보면 실은 그런 디테일들이야말로 루시엔과 헌터의 대결을 짜릿하고 팽팽하게 만드는 기초들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또 사건 자체는 몇 가지 없지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순식간에 읽어낼 수 있는 것 역시 이런 디테일의 힘이라는 생각입니다.

 

후반부에 로버트 헌터 시리즈전체 목록이 소개됩니다. 모두 12편이 출간됐는데, ‘악의 심장6편이고 악의 사냥10편입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북로드에서 시리즈 전체를 순서대로 출간해줬으면 하는 건데, ‘악의 심장악의 사냥이 호응을 얻는다면 조만간 헌터의 맹활약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사족이지만, 두 편 모두 잔인한 묘사가 꽤 심한 편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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