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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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피터 스완슨은 2016년 한국에 소개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하 죽마사’, 원제 The Kind Worth Killing, 2015)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입니다. 13살 때부터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완벽한 방법으로 살해하는 여주인공 릴리 킨트너의 맹활약(?)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 7년 만에 그 후속작인 살려 마땅한 사람들’(원제 The Kind Worth Saving, 2023)이 출간돼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여러 인물이 화자를 맡습니다. 그중에서도 전작에서 연쇄살인 용의자 릴리 킨트너를 추격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만 형사 헨리 킴볼(이 작품에선 사립탐정)이 메인 화자를 맡았고, 30대 중반이 된 릴리 킨트너는 킴볼을 도와 자신의 능력을 또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 외에도 10대 시절부터 비밀 친구가 되어 수차례에 걸쳐 완벽한 살인을 저질러온 남녀가 중요한 화자로 등장합니다.

죽마사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연쇄살인마 릴리 킨트너의 통쾌하고 속 시원한 폭주 스토리였다면,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심리스릴러의 면모를 갖춘 작품입니다. 사건 자체보다는 각 인물들의 심리와 동기가 강조되고 있고, 킴볼과 릴리가 상대해야 할 범인이 일찌감치 노출되기 때문에 ?’어떻게?’에 서사가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전작에서 릴리를 쫓던 형사 킴볼은 이제 고만고만한 사립탐정이 돼있습니다. 소소한 일거리 외에 무기력한 삶을 살던 킴볼은 과거 딱 1년 동안 재직했던 교사 시절의 제자 조앤이 나타나 남편의 불륜을 입증해달라는 의뢰를 하자 당혹감 속에서도 일을 맡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킴볼의 조사는 개운치 못한 상태에서 마무리되고 맙니다. 끝내 의심을 지우지 못한 킴볼은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던 릴리를 찾아가 의견을 나눈 끝에 살인사건의 진상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대목이 여러 곳이라 애매한 줄거리 요약이 되고 말았는데, 킴볼과 릴리의 미묘한 관계 역시 죽마사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더는 자세히 소개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큰 뼈대는 오래 전부터 잔인하고 교묘하게 살인을 저질러온 두 남녀의 행각을 킴볼과 릴리가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사실 두 남녀의 행각도 그렇고 킴볼과 릴리의 조사 과정 역시 스펙타클하거나 반전이 거듭되는 숨 가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차분한 전개 속에 각 인물들의 심리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작품입니다. ‘죽마사의 속사포 같은 서사를 기대한 독자라면 초반에 다소 처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진짜 미덕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차 고조되는 긴장감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실에 다가가는 킴볼과 릴리의 조사, 마음에 안 드는 상대를 완벽하게 살해해온 두 남녀의 뒤틀린 심리와 공포, 그리고 킴볼에게 닥치는 거대한 위기와 릴리의 끝내주는 마지막 한 방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완만한 전개 속에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죽마사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죽마사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랄까요?

 

죽마사이후 피터 스완슨의 팬이 되어 지금까지 한국에 출간된 작품들을 전부 읽었지만 매번 아쉬움을 느껴온 게 사실입니다. 데뷔작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인데, ‘살려 마땅한 사람들역시 릴리의 대폭주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탓인지 살짝 아쉽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애착 캐릭터 중 하나였던 릴리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책읽기가 됐습니다. ‘릴리 킨트너 시리즈가 세 번째 작품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카메오로라도 좋으니 피터 스완슨의 다른 작품에서 한번쯤은 재회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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