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

 

누구나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이브,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신원 미상의 중년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 여성의 옷은 흐트러졌고 머리에는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다. 사건을 담당한 괴짜 형사 미쓰야와 신입 형사 다도코로는 살해당한 노숙인 여성의 삶과 죽음을 조사하며 얽히고설킨 불행을 발견하는데... (출판사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마사키 도시카는 20226월에 출간된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로 처음 만난 작가입니다. 이 작품까지 단 두 편만 소개된 작가인데, 두 작품 모두 미쓰야&다도코로 시리즈로 불립니다. 경시청 수사1과 소속의 괴짜 형사 미쓰야 슈헤이와 관할서 신참 형사 다도코로 가쿠토 콤비가 이끄는 미스터리인데, 두 작품 모두 단순히 범인은 누구?’보다는 조금 더 묵직하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각별하게 읽혔습니다.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자식 때문에 인생의 방향이 크게 뒤틀어진 여러 어머니가 이야기를 이끌어갔다면, 이번 작품은 불의의 사고 혹은 사건 때문에 비극을 맞이하게 된 여러 부부가 중심에 놓여있습니다. 남편을 살해한 범인이 1년도 넘게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슬픔에 빠진 아내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이제는 행복해지고 싶어.”라는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여자, 부유하진 않아도 행복한 삶을 누리던 어느 날, 남편이 급사하면서 순식간에 막장으로 내몰린 여자,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사람을 죽였다는 심한 죄책감에 빠진 나머지 가족에게 등을 돌린 남자 등 한순간에 눈앞의 세상이 뒤집어져버린 여러 부부가 복잡한 미스터리 속에 얽혀있습니다.

 

별개로 보이던 두 사건 - 크리스마스이브에 살해당한 중년 노숙여성과 1년 전 귀갓길에 살해당한 한 직장인 이 의외의 지점에서 접점을 이루면서 미스터리는 무척이나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인물관계도를 메모하면서 읽는다면 이 작품의 매력을 좀더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 그러면 엄청난 기억력과 추리력을 발휘하며 혼자서 폭주하는 괴짜 형사 미쓰야의 추리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단순히 미스터리 속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삶을 대하는 극과 극의 태도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로지 타인의 불행만을 바라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이기적인 행복을 바라거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온통 거짓뿐인 허상에 사로잡히거나 그도 아니면 세상 모든 것이 파멸에 이르기만을 기다리는 등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군상들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다 읽은 뒤에는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이라는 제목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는지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다만 너무 많은 인물들과 그만큼 복잡한 관계들이 이야기에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고 현실감을 떨어뜨린 아쉬움은 분명히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저렇게들 엮일 수가 있지?”라고 할까요? 또 괴짜 형사 미쓰야의 엄청난 능력이 때론 지나친 비약으로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한참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훅 하고 소외되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미쓰야가 조금만 더 사실감 있는 능력자로 그려졌다면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을 거란 생각입니다.

 

검색을 해보면 이 작품 이후에도 レッドクローバー’(레드 클로버, 2022)가 출간된 걸로 나오는데, 혹시 이 작품도 미쓰야&다도코로 시리즈라면 꼭 한국에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묵직한 여운을 남겨주는 마사키 도시카의 작품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