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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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빈민가의 소아과 의사 데이비드 벡은 8년 전 여행 도중 납치된 뒤 참혹하게 살해돼 세상을 떠난 아내 엘리자베스의 이메일을 받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이메일에 담긴 두 사람만 아는 암호 때문에 벡은 엘리자베스가 살아있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는 그녀의 경고 때문에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엘리자베스가 납치됐던 곳에서 두 구의 백골사체가 발견되는데, 문제는 이 일로 인해 FBI가 벡을 쫓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벡의 과거 지인마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FBI는 벡을 공개수배하기에 이릅니다. 위기일발의 도주극을 벌이면서 엘리자베스의 흔적을 추적하던 벡은 8년 전 자신과 엘리자베스에게 가해졌던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곤 큰 충격에 빠집니다.

 

2001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2005년 한국에 밀약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 있습니다. 워낙 출간된 지 오래되기도 했고 번역제목도 원제(‘Tell No One’)와 너무 거리가 멀어서 이런저런 소문에도 불구하고 중고책 구하기가 주저됐는데 마침 새로운 번역으로 개정판이 출간돼서 얼른 찾아 읽게 됐습니다.

한국에 출간된 할런 코벤의 작품 15편 중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까지 겨우 7편밖에 못 읽었고 그나마도 최고평점이 4.5점으로 만점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으니 그의 광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엔 할런 코벤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납치-실종 후 시신이 발견돼 장례까지 치른 아내가 8년 만에 연락을 해온다면 남편 입장에서 얼마나 기가 막힐까요?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아내는 자신에 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하필 그때 나타난 FBI는 남편을 살인용의자로 의심합니다. 아내가 납치된 곳에서 최근 발견된 백골사체는 물론 8년 전 아내의 죽음까지도 남편의 소행이라 여기는 FBI 앞에서 남편의 선택은 일단 튀어!’ 외에는 달리 있을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 벡을 위기에 빠뜨리는 건 단지 FBI뿐만이 아닙니다. 8년 전 엘리자베스를 살해하려던 악마와 그의 주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뭔가 결정적인 비밀들을 감추고 있는 벡과 엘리자베스 주위의 인물들도 알게 모르게 벡을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평범한 소아과 의사인 벡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엘리자베스에 관한 사소한 단서들에서 8년 전 진실의 작은 조각이라도 찾아내는 게 전부입니다. TV를 통해 전국에 공개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 말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400여 페이지 분량 전체가 반전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빠르고 과격하게 폭주하는 롤러코스터를 닮았습니다. 벡은 연이어 알게 되는 엘리자베스에 관한 진실 앞에서 때론 놀라고, 때론 분노와 절망에 휩싸이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에게 닥친 사고가 깊고 복잡한 사연 속에서 벌어진 계획된 범죄라는 걸 확신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자신과 엘리자베스 가족의 비밀까지 알게 된 벡은 바닥없는 심연에 빠진 채 허우적댈 수밖에 없습니다.

 

막판까지 반전의 연속이라 서평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다 보니 두루뭉술한 인상비평이 되고 말았는데, 속도감 넘치는 짜릿한 스릴러를 찾는 독자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가 선사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꼭 맛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처럼 2000년대에 출간됐다가 지금은 절판된 할런 코벤의 작품들도 새로운 개정판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아직 못 읽은 그의 작품들도 부지런히 찾아 읽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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