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9
제프 린제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에 이은 덱스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꽤 오래 전 미드 덱스터를 흥미롭게 본 덕분에 뒤늦게 원작소설을 찾아 읽게 된 건데, 기대와 달리 시리즈 첫 편은 여러 가지 아쉬움만 남겼습니다. 그래서 딱 한 편만 더 읽어본 뒤 시리즈 나머지를 읽을지 결정하기로 하고 두 번째 작품인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를 집어 들었습니다.

 

경찰에 소속된 혈흔분석가지만 동시에 용서받지 못할 살인범만 골라 살해하는 특이한 연쇄살인범인 덱스터는 이 작품의 초반까지 모두 마흔 명을 세상에서 제거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형사이자 피 한 방울 안 섞인 여동생 데보라로 인해 덱스터는 엽기적인 토막상해사건에 끼어들게 됩니다. 범인은 피해자의 사지와 혀와 눈꺼풀을 잘라냈으면서도 정작 목숨은 살려둡니다. 단서 하나 잡지 못한 채 수사의 향방조차 못 정한 상태에서 워싱턴에서 날아온 연방요원 카일은 경찰의 수사를 중지시킵니다. 그리고 데보라를 연락책 수준의 파트너로 지목합니다. 애초 수사엔 관심이 없고 오히려 동업자처럼 보이는 범인에게 호기심을 보이던 덱스터는 데보라와 카일이 위기에 빠지자 본의 아니게 수사의 한복판에 서게 됩니다.

 

이번 작품에서 덱스터가 상대하는 범인은 일반적인 연쇄살인마가 아닙니다. 20여 년 전 정부기관이 중남미에서 자행한 비밀 살상임무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고, 범인은 무차별 혹은 쾌락살인마가 아니라 명백한 복수의 의지로 움직입니다. 한마디로 덱스터로서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상대라는 뜻입니다. 소아성애 연쇄살인마와 그 공범을 쫓던 덱스터가 이 사건에 말려든 건 순전히 여동생 데보라 때문입니다. 열혈형사인 그녀는 연방요원 카일과 함께 짝을 이뤄 범인 찾기에 나서는데, 연쇄살인사건에 특별한 촉을 갖고 있는 오빠 덱스터를 집요하게 밀어붙여 수사에 끌어들인 것입니다.

 

사건 못잖게 덱스터를 신경 쓰이게 하는 건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는 독스 경사입니다. 그 때문에 피의 향연을 즐기지 못하게 된 덱스터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던 중 독스 경사가 엽기적인 토막상해사건에 연루돼있으며 어쩌면 그 역시 범인의 목표물일지도 모른다는 추리에 이른 덱스터는 엉뚱한 기대감 자신을 의심하는 독스 경사를 이번 사건의 범인이 제거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 을 갖게 됩니다. 상식 밖의 발상이지만 덱스터라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자연스런 반응입니다.

또 한 가지 덱스터의 엉뚱한 면모는 범인에 대한 태도입니다. 전작에서도 피 한 방울 남기지 않은 채 완벽하게 토막살인을 저지른 범인에게 존경심을 품었던 덱스터는 이번에도 뛰어난 동업자에 대한 호기심에 사로잡힙니다. 흉악범을 체포해야 된다는 사명감 따윈 없고 어떻게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욕망이 덱스터를 수사에 몰입하게 만드는 더 큰 원동력입니다.

 

전작에서 인연을 맺은 이혼녀 리타와 그녀의 남매(코디, 애스터)와의 관계 역시 흥미로운데, 애초 사랑 같은 감정은 품을 줄도 모르고 섹스조차 관심 없는 덱스터가 본의 아니게 리타와 끈끈하게 연결되는 대목이라든가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소심하고 내향적으로 성장한 6살 소년 코디에게서 이상한 동질감(“얘 혹시 나랑 같은 과아니야?”)을 느낀 덱스터가 충격과 기대를 동시에 품게 되는 장면들이 그것입니다. 아무런 감정도 못 느끼며 오로지 연쇄살인범을 처단하는 피의 향연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덱스터가 과연 가족이란 걸 이루게 될지, 또 양아버지에게 배운 킬러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코디에게 물려주게 될지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떡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덱스터 시리즈는 모두 다섯 편이 출간됐습니다. 첫 편보다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나머지 작품들을 꼭 읽고 싶다는 생각에까진 이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덱스터의 캐릭터는 그 어떤 연쇄살인 스릴러의 주인공보다 매력적이지만 2% 남짓한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았다고 할까요? 몇 년쯤 지나 문득 덱스터가 생각나서 후속편인 어둠 속의 덱스터를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에서 잠시 쉬는 게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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