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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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에 이은 오슬로 1970’s 시리즈두 번째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다르지만 시공간적 배경이 동일하고 조연들(오슬로의 암흑가를 양분하고 있던 보스들)도 같은 인물이라 두 작품은 거의 쌍둥이 급으로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콩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비장미와 로맨스의 조합이라든가 킬러지만 킬러로서의 덕목을 상실한 아이러니한 캐릭터라든가 주인공 주변을 위성처럼 떠돌며 그의 트라우마를 보듬어주는 상처투성이 여인이라든가 많은 부분에서 무척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6년 만에 다시 읽었지만 두 작품 모두 요 네스뵈의 새로운 면모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들이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 오슬로의 암흑가는 호프만과 뱃사람이 양분하고 있었습니다. 전작인 블러드 온 스노우의 주인공 올라브는 피도 눈물도 없는 프로페셔널 킬러였지만 아내를 살해하라는 보스 호프만을 배신하고 비극의 길을 걸었던 인물입니다. 반면 미드나잇 선의 주인공 울프는 호프만 사후 오슬로를 장악한 뱃사람을 배신하는 킬러인데, 문제는 그가 사람 하나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어리숙한 인물이란 점입니다. 애초 킬러의 자질이라곤 조금도 없는 소심남이지만 엉뚱한 오해 때문에 반강제로 등을 떠밀린 끝에 킬러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울프가 딸의 치료비를 위해 암살 대상을 살려 보낸 뒤 돈을 챙깁니다. 하지만 운명은 울프의 편이 아니어서 그는 우여곡절 끝에 황량하고 척박한 노르웨이의 최북단 핀마르크 주의 코순이라는 마을에 몸을 숨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10살 소년 크누트와 그의 어머니 레아를 만납니다. 언제 자신을 찾아올지 모르는 뱃사람의 킬러를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블러드 온 스노우의 올라브가 그랬듯 울프 역시 절망적인 캐릭터입니다. 가족으로부터,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기 급급했던 고독한 존재였고, 지금도 심연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어둠과 추위와 죽음 뿐이라 확신하며 생각하는 사람도, 돌봐줄 사람도, 돌봐야 할 사람도 없는삶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런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땅으로 도망친 끝에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인 레아를 만난 일은 새로운 비극의 시작일 수도, 연약한 희망의 끈을 잡는 일일 수도 있어서 시종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말하자면 미드나잇 선은 소심한 킬러의 사투의 기록이자 수렁에 빠진 두 남녀의 로맨스입니다. 이야기의 흐름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통속적으로 흘러가지만, 요 네스뵈 특유의 문장과 매력적인 인물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

 

(‘블러드 온 스노우의 서평에서도 썼듯이)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요 네스뵈의 대표 캐릭터 해리 홀레가 경찰이 아니라 킬러가 됐다면 올라브 아니면 울프 둘 중 한 인물이 됐을 게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안과 밖으로 가시를 두른 채 자신은 물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상처 주는 인물, 하지만 저 깊은 곳 어딘가에 아주 작은 한 조각의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 그래서 차라리 자신이 더 다치고 상처받더라도 결국엔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고 마는 인물. 해리와 올라브와 울프는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긴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이란성 쌍둥이 같은 형제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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