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텔에서 교살된 사체로 발견된 해먼드 사건을 맡은 매사추세츠 오크허스트 카운티 형사기동대의 경위 조 푸르니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현장 상황에 당혹감을 느낍니다. 성폭행이나 강도의 흔적도 없고 범인이 갖고 간 건 오직 희생자의 결혼반지뿐이며, CCTV에 찍힌 중절모를 쓴 용의자의 흔적은 호텔 인근에서 전혀 목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향인 뉴올리언스에 왔다가 때마침 똑같은 형태의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조는 현지 경찰과 FBI에 공조수사를 요청하지만 연쇄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거절당합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헤매던 어느 날 조와 동료들은 범인과 피해자가 접촉한 경로를 알아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지만 그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까봐 전전긍긍할 뿐입니다.

 

워커홀릭에 타고난 현장 형사 체질인 조 푸르니에와 그녀의 동료들이 연쇄살인이 확실하지만 그 어떤 확증도 없는 난해한 살인사건들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댄싱 걸스의 뼈대입니다. 시작과 함께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상황이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곧이어 범인의 본명이 마틴이라는 점이 공개됩니다. 그가 희생자를 고르는 기준과 기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살해수법이 상세하게 소개되고, 이어 그의 오래된 트라우마와 범행동기가 설명됩니다.

초반부터 범인이 공개되면서 독자는 그를 쫓는 주인공 조 푸르니에의 동선과 역할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녀는 좀 특이한 상황에 놓인 경찰입니다. 최단기간 형사 승진, 역대급 사건 해결률, 15년의 경찰 생활 중 세 번의 수상 등 탁월한 이력을 가진 덕분에 두 달 전 경위로 승진했지만 그녀에겐 승진을 받아들인 일이 너무나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타고난 현장 체질인 그녀는 밀려드는 행정업무에 도무지 적응할 수 없었고, 당장이라도 강등을 요청하여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운 좋게 현장 수사를 지휘할 수 있게 된 해먼드 사건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기에 조는 전력을 다해 수사에 매진합니다.

 

사실 중반까지만 해도 조금은 지루하게 읽힌 게 사실입니다. 범인인 마틴은 유년기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학대를 당하며 트라우마에 사로잡혔고, 그로 인해 살인에 대한 허기를 느끼기 시작한 뒤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죽어 마땅한 여자들을 살해하는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입니다. 또 해먼드 사건을 수사하는 조와 동료들의 초반 모습은 거의 일지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치게 디테일하게 묘사돼서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마틴이 자신의 챕터에서 범행에 관한 모든 것을 다 설명한 이후 조의 수사과정이 그려지다 보니 독자입장에선 뒷북에 헛발질만 날리는 그녀가 그저 답답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챕터는 희생자 중 한 명이 화자를 맡아 적잖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실은 독자 입장에선 별로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라 역시 지루함만 남긴 대목입니다. 경찰, 범인, 희생자가 번갈아 화자를 맡아서 입체적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정작 긴장감을 증폭시킬 만한 요소들이 결여된 느낌이랄까요?

 

만약 이런 전개가 반복되다가 조가 마틴을 체포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면 별 3개 이상을 주기가 어려웠겠지만, 매력적인 조의 캐릭터와 막바지에 전개된 의외의 반전 덕분에 끝까지 읽어낸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쇄살인범 혹은 희대의 소시오패스를 다룬 이야기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런 식의 결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무척 흥미로웠는데, 그 결말이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듯한 여운까지 남겨서 혹시나 하고 출판사 소개글을 찾아보니 조 푸르니에 시리즈는 현재 5편까지 나왔으며 댄싱 걸스는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고 합니다.

 

4개라는 평범한 평점을 주긴 했지만, 후속작이 출간된다면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댄싱 걸스에서 미처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도 궁금하고, 주인공 조 푸르니에가 과연 경위 계급을 내던지고 현장 형사로 돌아가 맹활약하게 되는지도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5편까지 출간된 걸 보면 분명 그만한 힘과 매력을 지닌 게 분명해 보이는데, ‘댄싱 걸스에서 느낀 아쉬움들이 후속작에선 모두 만회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