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어머니의 날 1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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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는 아니지만 타우누스 시리즈의 꽤 많은 작품이 그랬듯이 넬레 노이하우스는 아홉 번째 작품인 잔혹한 어머니의 날에서도 오래 된 과거 속 사건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19815,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소년이 잔혹하게 첫 살인을 저지르는 충격적인 프롤로그는 이후 이 소년이 성장하면서 저질렀을 수많은 참극이 이 작품의 메인 사건임을 예고합니다.

 

현재 벌어진 사건의 희생자들은 모두 여성입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하나같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인 어머니날을 전후로 희생됐습니다. 호프하임 경찰서 강력11반의 피아 산더와 올리버 보덴슈타인은 익사당한 뒤 냉동된 채 랩으로 둘둘 말린 시체들을 보며 이 사건이 성범죄도, 묻지마 살인도 아닌, 철저하게 계획된 표적범죄임을 직감합니다. 시신들이 발견된 저택이 실은 오래 전 입양아들로 가득했던 점을 감안할 때 범인은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을 다른 여자들에게 쏟아내고 있다는 점도 눈치 챕니다.

 

전작인 여우가 잠든 숲에서 경찰 옷을 벗고 싶을 정도로 큰 고통에 빠졌던 보덴슈타인은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 반장직에 복귀한 상태이고, 임시반장을 맡았던 피아는 그가 신뢰하는 보덴슈타인과 다시 한 번 파트너로 맹활약하는 중입니다. 다만, 쌩쌩하고 활력 넘치던 피아가

어느 새 50세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대목을 읽곤 잠시 서글픔을 맛보기도 했고(보덴슈타인은 무려 57세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다소 건조한 분위기, 즉 기름기 하나 없이 수사 일변도의 진행에만 의존한 점 때문에 아쉬움도 느꼈지만(이 점 때문에 별 0.5개가 빠졌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고유의 숨 가쁜 속도감과 팽팽한 긴장감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습니다.

 

별개의 서사처럼 전개되다가 메인 사건에 합류하게 되는 조연들의 이야기도 매력적이었는데, 특히 동성애인이던 엥엘 과장(피아의 상관)과 킴(피아의 여동생)의 갈등이 엉뚱하게 피아에게 불똥이 튀면서 수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스토리는 메인 사건 못잖게 호기심과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전작인 여우가 잠든 숲이 보덴슈타인 반장을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번 작품은 피아와 그 주변 인물들이 맹활약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눈앞에 어른거리는 인물 중 한 명이 범인인데, 작가는 수시로 다른 단서들을 내밀면서 독자들의 추리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 역시 타우누스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인데, 막판에 갑자기 등장하는 단서 하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독자 입장에선 작가와 벌이는 추리 대결의 맛을 한껏 맛볼 수 있습니다.

이제 장년의 대열에 들어선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이야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타우누스 시리즈가 시간을 거스르는 소재를 통해서라도 계속 출간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 저만의 바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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