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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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다섯 번째로 만난 강지영의 작품입니다. 제목만 보면 장편 살인자의 쇼핑몰의 후속작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표제작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포함하여 모두 7편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영수증 속 쇼핑목록을 근거로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프로관찰러마트 캐셔, 향낭 주머니를 매개로 귀신들과 접촉하다가 위기에 빠지는 교수, 게임 속 캐릭터가 죽으면 그만큼의 현실 속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도시전설, 태어나 100일이 되기 전까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는 판타지, 타고난 사이코패스 기질을 더욱 무시무시하게 진화시키는 괴물, 그리고 마을의 결계를 하나둘씩 무너뜨리며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염병귀신 등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판타지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돼있습니다.

 

다섯 번째 만남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강지영과 처음 만났던 단편집 개들이 식사할 시간이 가장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당시 서평에 편혜영의 아오이 가든이나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남의 일’, 오츠이치의 ‘ZOO’ 등이 생각나곤 했다.”라고 적을 정도로 흥미로운 불쾌감을 만끽했기 때문인데,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그에 못잖은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수위나 기괴함에 있어선 개들이 식사할 시간이 압도적인 게 사실이지만, 이 단편집에 실린 7편의 작품 역시 잘 차려진 고급 뷔페처럼 오감을 자극하는 강렬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표제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과 귀신호러물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각시는 단편영화나 단막극으로 만들어진다면 원작 못잖게 서늘한 공포를 발산할 작품들이라 영상화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동안 읽은 작품들에게 준 평점이 2.5개에서 4.5개에 이를 정도로 개인적인 호불호가 심하긴 하지만, 두 편의 단편집에 유독 높은 평점을 준 건 한국 장르물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뛰어난 강지영의 상상력 때문입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하지만 발상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보니 어떤 작품이든 초반부터 옆구리를 찔린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단지 뛰어난 발상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긴장감과 속도감을 갖춘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는 건 강지영만의 특별한 매력이라는 생각입니다. 덧붙이자면, 형식의 힘, 즉 단편이기에 그 매력이 더욱 빛난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래선지 다음에 만나게 될 새 작품 역시 장편보다는 단편집이기를 더 기대하게 됩니다. 욕심을 부리자면 개들이 식사할 시간살인자의 쇼핑목록보다 조금 더 독하고 센 이야기라면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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